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가운데 판결문을 살펴보면 야당 역시 헌정사 두 번째 현직 대통령 탄핵이란 비극 국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단적 대결의 정치를 유발한 공동책임 선상에 함께 서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헌재의 이런 인식은 114쪽 분량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헌재는 특히 야당의 탄핵 난사나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가 계엄 선포의 사유가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하면서도 이러한 행위에 대한 비판적 관점도 분명히 했다.
헌재는 판결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 들어 계엄 선포 전까지 2년 7개월 동안 이어진 22건에 달하는 탄핵소추안 발의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의 위헌·위법성에 대하여 심사숙고한 후 신중하게 탄핵소추권을 행사하지 않고, 탄핵심판 제도를 오로지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탄핵심판제도의 본래적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선고 전까지 최소 수개월 동안 권한 행사가 정지돼 생기는 업무 공백은 국가와 국민에게 큰 손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적시했다.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 야당 단독 의결에 따른 문제 역시 윤 전 대통령이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짚었다.
헌재는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 예결특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증액 없이 감액에 대해서만 의결했다. 이 가운데는 검찰의 국민생활침해범죄 수사,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수사, 마약 수사, 사회공정성 저해사범 수사, 공공 수사 등 수사 지원 관련 예산이 포함돼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헌재는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파국으로 치달은 '정치의 실종' 현상에 윤 전 대통령과 국회 모두 책임이 있다고 꾸짖었다.
국회에는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 야당이 중심이 된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더라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헌재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한편 정치권, 특히 국회 운영에 대해서도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헌재의 주문대로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의회 민주주의를 복원할 때만 대한민국은 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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