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 산불'로 지방소멸 가속화?…울진 이재민 10명 중 5명 "집 안 지었다"

'역대 최장' 울진 산불 피해 이재민 258세대 중 118세대만 새롭게 주택 마련

지난달 26일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마을 주택 대부분이 불에 타 폐허가 된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달 26일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마을 주택 대부분이 불에 타 폐허가 된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 북동부 5곳 시군을 휩쓴 대형 산불로 지방소멸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피해를 입은 주민 상당수가 고령층인 탓에 주택을 새로 짓는 걸 포기하고 이주를 하거나, 생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7일 경상북도에 따르면 '역대 최장 산불'로 기록된 2022년 경북 울진 산불 당시, 주택 전소 등의 피해를 입어 주택 지원금을 수급한 주민 10명 중 5명은 집을 짓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진 산불에 따른 주택 피해를 입은 가구는 총 330곳이었고, 이 가운데 실거주 주택은 258가구였다. 이들 중 새롭게 주택을 마련한 사례는 118가구(45.7%)에 그쳤다. 나머지 113가구는 산불 피해 이후 가족과 동거 등을 이유로 이주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10가구는 LH임대주택(전월세)에, 17가구는 임시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도와 울진군은 주택 지원금 수급자 가운데, 4분의 3 정도만 주택을 새롭게 짓거나 가족 동거 등 형태로 울진 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롭게 집을 짓지 않은 이재민들 대다수는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단기 주거 등을 예상해 주택 취득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도는 판단하고 있다. 또, 새롭게 주택을 짓기로 결정한 이재민들은 모금 등을 통해 마련된 산불 피해 성금 중 30% 수준만 주택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에 산불 피해를 입은 5곳 지자체 또한 울진 산불 때처럼 피해자 상당수가 65세 이상 고령자로, 결국 이들 또한 새롭게 주택을 지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경북도의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30일 산불 피해 복구 계획을 브리핑하면서 "(이재민들에게) 집을 지원해주는데, 개별 통장으로 돈을 넣어주면 어르신들이 대부분 집을 안 짓는다. 마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면서 "지방소멸이 안 그래도 빨라지고 있는데, 산불로 인해 더 가속화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경북도는 산불 피해를 입은 마을 전반의 상·하수도와 도로 등 기반시설을 정비해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이재민 주택 마련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울진 산불로 피해를 입은 북면 신화2리(화동마을)의 경우 상당수 피해 가구가 복원되는 등 산불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이곳은 산불 피해로 주택 7채만 남기고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으나, 지자체가 38억원을 들여 마을 복구 사업을 추진해 왔다.

경북도 관계자는 "산불 피해를 재건하고 지방의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이재민들이 집을 지어야 한다"면서 "피해 지역 가운데 청년층 비율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기반시설 조성 등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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