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공과금 못 내 가스 끊겨…생활고 시달리는 세 가족

가정 신경 쓰지 않는 배우자…생활고 시달려
가정폭력 끝에 이혼…열심히 일했으나 생활고 여전
허리 수술할 돈 없어 통증 시달리며 두 아이 부양
가정 신경쓰느라 학업 집중 못하는 첫째, 아픈 둘째 걱정

허리 수술할 돈이 없어 통증에 시달리며 생활고 속에 두 아이를 돌보는 류재희(49·가명) 씨가 아이들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김지효 기자
허리 수술할 돈이 없어 통증에 시달리며 생활고 속에 두 아이를 돌보는 류재희(49·가명) 씨가 아이들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김지효 기자

세탁기가 고장 나 모든 빨래를 손으로 해야 하고, 석 달 치 공과금이 밀려 가스가 끊긴 데다 싸게 얻어온 유통기한 지난 음식과 화장품으로 가득한 집.

이곳에 사는 류재희(49·가명) 씨는 결혼 생활을 시작한 뒤로 생활고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픈 허리를 움켜쥐고 열심히 일해도 삶은 언제나 제자리였고, 무력감만 커질 뿐이었다. 재희 씨는 집안 형편으로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매일 조용히 눈물을 훔친다.

◆책임감 없는 남편…결혼 생활 내내 생활고 시달려

재희 씨는 직업군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모는 군용 지프차를 타고 강으로 물놀이하러 다닌 어린 시절은 좋은 추억뿐이었다.

딸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만 해주려 하신 아버지. 재희 씨는 나중에 결혼한다면 꼭 아버지 같은 멋진 군인과 함께하고 싶었다.

재희 씨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는 군에서 제대했다. 퇴직금으로 돼지 농장을 차린 아버지는 콜레라가 유행하고 난 뒤 농사를 크게 망쳤다. 이후 아버지는 어머니와 경제적인 문제로 자주 다퉜고, 얼마 못 가 어머니와 별거하게 됐다.

중학생 재희 씨는 아버지를 따라 경북 경산시로 향했다.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재희 씨는 인근 교회에서 만난 또래 무리와 친해지게 됐다. 성인이 돼서 꼭 다시 만나자는 친구들과의 약속을 뒤로 하고 어머니와 언니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 재희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저녁 내내 어머니 가게 일손을 돕는 식이었다.

그러다 재희 씨는 반가운 친구의 연락을 받게 됐다. 교회에서 어울린 무리 중 재희 씨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두 살 위의 오빠였는데, 그는 어느샌가 해군이 돼 있었다. 군인이라는 직업, 해군이라는 미지의 영역은 재희 씨에게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다.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연인이 됐다.

오랜 친구였기 때문에 연애는 안정적이었다. 그와 사귄 지 6개월 만에 결혼하며 스물일곱에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배우자가 된 재희 씨는 자신은 찢어진 옷을 입더라도 밖에서 일하는 남편은 좋은 옷을 입히고 싶었다. 남편의 진급을 위해 만삭의 몸을 하고도 고사를 위한 돼지머리를 구하러 다녔고, 인간관계가 좁은 남편에게 연줄을 만들어주기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녔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없었다.

재희 씨는 남편을 월급 한 번 가져다준 적 없으면서 비싼 브랜드 옷만 입으려 하는, 가족애나 책임감은 추호도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했던 16년의 세월을 '종'처럼 살았다고 표현했다. 자신이 입대한 것처럼 남편의 군 생활을 보필했고,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쯤부터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했지만, 생활은 제자리였다.

재희 씨는 결혼생활 내내 톨게이트 비용이 아까워 명절에도 친정 한 번 가지 못했고, 아픈 아이를 병원에 잘 데려가지도 못했으며, 치킨은 1년에 한 번 구경할 수 있었을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혼 후 허리 통증·우울증 시달리며 두 아이 돌봐…생활고 여전

재희 씨 남편은 폭력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화가 나면 물건을 던졌고, 종종 재희 씨를 때렸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상해진단서를 떼러 병원에도 가봤으나, 진단서 뗄 돈조차 없어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6년 전, 두 살배기 둘째와 초등학생 첫째 앞에서 선풍기에 맞아 기절한 재희 씨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혼을 준비했다.

배를 타는 남편과 일정이 맞지 않아 이혼 조정도 쉽지 않았다. 이혼 후에는 관사를 바로 비워줘야 해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 지경이었다. 재희 씨는 남편과 공동명의로 산 집을 처분한 돈, 패물, 조금씩 모은 월급과 대출금을 끌어모아 아버지와 함께 지냈던 경산에 집을 마련했다. 둘째를 낳은 지 1년 뒤 아버지를 지병으로 떠나보내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동네에서, 재희 씨는 활동지원사 일을 하며 아이들을 부양하려 노력했다.

1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과 양육 관련 보조금으로 세 가족이 생활하기는 항상 빠듯했다. 수년 전 각막 손상을 입어 매일 눈에 패치를 붙여야 하는 초등학생 둘째 아이를 두고 야간에 일하러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재희 씨는 건강도 좋지 않았다. 허리 신경뿌리병증과 척추증, 우울증을 앓으며 수년째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수술이 필요했지만 수술비가 없을 뿐더러 입원한다고 아이들을 홀로 둘 수도 없었다. 허리 통증으로 수면제를 먹어도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으나, 진료비와 약값이 아까워 병원에도 마음대로 가지 못했다.

집에는 유통기한 지난 떨이 식품이 가득했고, 재희 씨는 심한 아토피를 앓는 둘째가 바를 의약 크림 살 돈도 없어 지인에게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을 얻어오곤 했다. 재희 씨 곁에서 결혼과 이혼을 모두 지켜봐 온 첫째는 얼른 고등학교를 졸업해 돈을 벌어 가정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학교에 결석해가면서 둘째를 돌봤고 가정을 챙겼다. 그런 아이가 대학을 가도 되느냐고 물었을 때, 재희 씨는 선뜻 그러라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아이를 학원에 보내주지 못하는 자신이 미웠다.

재희 씨는 중고 물품으로 가득한 집에서 우울감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언젠가는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새 옷과 새 책을 사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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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아픈 몸과 억대 빚에 막막한 구현진 씨에 2,338만원 전달

어린 나이에 가정을 꾸려 무직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홀로 생계와 육아를 책임지다 빚에 허덕이게 된 심한 관절염 앓는 구현진 씨(매일신문 3월 25일 11면 보도)에게 2천338만4천523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다우약품(윤종규) 50만원 ▷㈜태린 4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전시형 10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방태표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김태상 1만원 ▷성영아 1만원 ▷이정현 1만원 ▷김서연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문화 가정 소년 가장 정현우 군에 2,017만원 성금

부모님 이혼 이후 한국어가 서툰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 정현우 군(매일신문 4월 1일 11면 보도)에게 41개 단체, 95명의 독자가 2천17만9천798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동수)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샛별유통(김종태)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조희수힘내세요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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