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도 서너번 씩 바뀌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관세'가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의 증권시장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미국 국채시장도 화들짝 놀라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외국인의 미국채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관세는 보호할 산업이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40~50년 전 집 나간 미국의 제조업이 일할 사람이 없는데 관세 높게 때린다고 돌아올 리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 중국 보복관세를 두 달 만에 10%에서 145%까지 높였다. 전통 제조업은 관세가 30%만 넘어도 수출이 어렵다. 미국은 기 싸움하느라 수출이 불가능해 의미도 없는 100%대 관세 폭탄을 중국과 서로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1월 20일 이후 3000억달러의 대 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겠다고 쏟아낸 관세 폭탄은 미국증시의 시가총액 6조달러를 공중으로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먹구구식 상호관세는 미국의 신뢰만 떨어트리고 미국민들의 금융자산 잔고만 낮추고 있다.
국가 리더의 시력이 실력이다.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과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나라를 강하게 한다. 말이 많으면 실수도 많다. 그래서 리더의 입은 신중해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은 종잇장처럼 가볍다.
실패에서 배우면 더 강해지지만 트럼프는 실패에서 배운 것이 없는 것 같다. 4년 전에 실패한 무역전쟁을 다시 강행하고 있다. 싸움의 기술은 한 명만 패라는 것인데 트럼프는 이번에는 중국뿐 만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로 싸움을 걸고 있다.
풀은 바람부는 방향으로 누워야지 반대방향으로 일어서면 말라죽는다. 어떤 지도자도 시장(Mr. Market)과 돈(Mr. Money)은 못 이긴다. 순리(順理)를 거스르면 시장과 돈이 바로 응징한다. 트럼프 대통령, 큰소리 펑펑 쳤지만 주가 폭락과 환율 하락에 바로 스탠스를 조정하고 나섰다.
작년 9월 이후 한국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고 매도액은 32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증시 밸류업(Value Up) 전략을 쓴다고 하지만 외국인의 순매도는 이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정부의 증시 부양이 번지수가 틀렸기 때문이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지만 돈은 성장률이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흐른다. 세계 평균을 한참 못 미치는 1%대의 성장을 하는 한국에서 돈 빼서 세계 평균 성장률인 3%보다 높은 지역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은 밸류업이 아니라 그로스 업(Growth Up)을 하지 못하면 외국인의 순매도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세계의 자유무역은 죽었고 자기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주식을 줄기차게 매도하는 다른 이유는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한국이 가장 위험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2023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국 중 무역의 GDP 비중을 보면 한국이 88%로 가장 높다. 독일이 83%, 일본이 45%, 중국이 37%, 미국이 25% 순이다. 기술과 시장은 미국에 의존하고 원재료는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에 맞을 확률이 높다. 미국에는 상호관세로, 중국에는 희토류와 광물자원의 수출 통제에 양쪽으로 무역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미중 패권전쟁 3라운 시대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강요로 미국은 무한 신뢰의 대상이 아닌 위험 관리의 대상이 되었고 중국은 포기의 대상이 아닌 현명한 관리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중국 위기론이 넘쳐나지만 정작 데이터를 보면 한국은 중국 위기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그간 한국이 미국, 일본에서 배운 기술의 수명은 다했고 이젠 '한국 주도형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면 그대로 추락하는 길만 남았다.
증시 하락과 환율 하락은 지금 한국 정치에 대한 냉엄한 심판이다. 대선을 2달 앞둔 한국정치판에는 후보들이 난립하지만 민심이 어디로 가는지는 증시와 환율에 답이 있다. 공허한 구름 잡는 공약이 아니라 증시와 환율을 돌려놓는 제대로 된 정책을 내는 인물이 성공한다.
미국이 만든 난세에 새로운 한국의, 새로운 국부창출을 하는 '한국의 신국부론'을 제대로 쓸 사람이 나와야 하고, 이를 달성할 성장 산업을 제대로 고르고 키울 정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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