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하영석] 체계적인 탄소발자국 관리가 기업의 수출경쟁력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

숨 가쁘게 진행되었던 한국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 25% 부과 결정이 90일간 유예되었다. 그동안 미국의 관세폭탄에 매몰되어 기업의 공급망 구축에 필수적 고려 요소로, 기업 수출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탈탄소화(decarbonization) 문제가 간과되었다. 당면한 과제 중의 하나는 유럽연합(EU)이 중심이 되어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대응전략 수립이다.

2005년부터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의 온실가스 배출을 효과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U ETS)를 도입하였다. 이와 더불어 2021년 7월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Fit-for-55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였으며 여기에 CBAM의 초안이 포함되었다. EU 수입제품의 탄소배출량에 따른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조성하고 수출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으로 CBAM이 도입되었다. 탄소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들의 탄소배출 관리를 강화하여 2030년도에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2023년 10월부터 시작된 전환기간 동안 시멘트, 전기, 비료, 철강,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품목에만 CBAM이 적용되지만,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되어 시행될 예정이다. 전환기간 동안 플라스틱과 유기화학제품에 대한 품목 추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도 한국의 총 수출액 6천836억 달러 가운데 EU의 수출 비중은 약 11%인 747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EU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와 부품, 석유화학, 선박, 의약품, 기계, 철강 등으로 현재 철강 및 철강제품이 주로 CBAM의 적용을 받고 있다. 2026년 이후 한국의 EU 주요 수출제품인 석유화학 제품, 플라스틱, 유리 및 세라믹, 자동차, 2차전지 등이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의 포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탄소발자국 관리가 필요하다.

CBAM은 제품 생산 과정 중에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의 측정, 보고, 검증, CBAM 인증서 구입과 제출 등 모든 과정에 대한 보고서의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2026년부터 CBAM 보고서를 미제출하거나 부정확·불완전한 보고서에 대해서는 이산화탄소 환산톤(t) 당 100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미국의 관세폭탄과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시장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게 CBAM은 높은 비관세장벽이 되고 있다. 현재는 제품생산에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Scope 1)만 그 대상이 되지만, 향후 기업이 소비하는 전기, 열, 에너지의 사용량에 따른 간접 온실가스(Scope 2)와, 기업의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Scope 3) 까지 확대될 것이다. EU ETS에 참여하거나 이와 연계된 배출권거래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는 CBAM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원산지 국가에서 탄소세를 납부한 경우 감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 중심으로 공급망 구축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EU 수출기업들은 CBAM 인증서 가격과 수출국 탄소배출권 가격과의 차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EU 수출기업의 73.5%는 중소기업으로 CBAM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의 주력 수출제품은 전자전기, 철강금속, 2차전지를 포함한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제품 등이다. CBAM의 대상 품목이 많고, 1차 및 2차 부품 공급자인 중소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생산 공정의 개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에너지 효율성 개선,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적 지원과 녹색금융 지원이 요구된다. 제품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원자재 및 부품 공급망의 면밀한 분석에 따른 탄소배출 데이터 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공급망 전체의 정확한 탄소배출량을 추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친환경적인 공급망 재편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협력과 로컬쇼어링 등 공급망 단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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