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개혁에 반발해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의료 단체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대(對)정부 투쟁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 1년 이상 끌어온 의정(醫政) 갈등에 따른 피로감이 한계에 이르렀고,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단체의 강경 대응은 국민들의 분노만 살 뿐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3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소집해 의대 정원 증원(增員) 정책 등에 대한 시·도 회장단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20일에는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의협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낸 입장문에서 "탄핵 인용을 계기로 잘못된 의료 정책들이 중단되고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등을 합리적으로 재논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윤 전 대통령의 독단으로 실행된 모든 의료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사태 해결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투쟁 일정을 잡으면서도 재논의, 대화 재개 등을 거론하고 있다.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면서 정부를 압박(壓迫)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의정 갈등의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낳기도 한다. 그러나 의료 단체들이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의료 개혁의 백지화(白紙化)다. 의대 증원 정책의 철회,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운영 중단 등의 요구 사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정부에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기회 삼아 의료 개혁을 무산시키겠다는 의료 단체들의 직역(職域) 이기주의는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행여 '정권이 바뀌면, 의료 개혁을 철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라면, 이는 오산(誤算)이다. 의료 개혁은 멈출 수 없는 국가 과제다. 더불어민주당도 의대 증원의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다. 의료계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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