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경북 의성에 이어 6일 대구 북구에서도 산불 진화 도중 노후한 임차헬기가 추락하면서 헬기 안전관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임차헬기 유지관리에 무관심한 데다 헬기의 고장‧정비 내역을 확인할 권한도 없어 사실상 '깜깜이'로 운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갈수록 산불 발생이 잦고 대형화하는 추세에도 지자체가 운용하는 헬기 수가 부족해 기체와 조종사 부담이 한계 상황에 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고 임차헬기 안전 정보 전무, 지자체 관리감독 규정도 없어
6일 사고 헬기를 운용했던 동구청은 지난 2017년부터 경북 전세헬기업체 A사로부터 산불 진화 헬기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
사고 헬기는 미국 벨(BELL)사 206L 기종으로, 1981년 제작돼 운행한 지 올해로 44년 째다. 업계가 헬기 교체주기를 20~25년으로 잡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노후도가 심각하다.
문제는 안전점검과 정비가 절실한 노후헬기임에도 동구청이 헬기 유지관리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동구청이 A사와 임차 계약을 맺을 당시 주고받은 '헬기서비스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구청은 A사가 헬기정비 등 부득이한 사유로 운항이 어려울 경우 과업이행계획서를 제출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헬비정비 시 A사는 동구청에 구두로 통보했고 정비기록도 따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헬기 유지관리가 전적으로 업체 재량에 맡겨진 셈이다. 해당 헬기의 정비사는 업체 소속 정비사 1명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청이 헬기의 고장·정비 내역을 확인할 권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과업지시서에도 관련 조항이 없고 별도 조례도 없는 상황이다.
헬기 임차 계약 당시 사고 이력이나 필요 정비사 수 등 안전 관련 정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차 헬기는 조달청이 민간항공업체와 계약을 통해 산불 진화용 헬기를 확보한 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올려놓으면 지자체가 이를 고르는 방식으로 계약을 한다.
통상 지자체와 헬기 인간업체가 계약을 체결 할 때 헬기규격서와 과업지시서 등의 서류를 주고받지만, 계약 서류에도 안전 정보가 담기지는 않는다. 헬기규격서에는 임차 헬기의 기종, 제작국, 너비, 높이, 최대 담수량 등의 기초적인 정보만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화된 헬기에 유독 추락 사고가 잦은 만큼, 조종사 연령 상한 제한 규정이나 최소 정비사 요건을 법제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대식 구미대학교 항공헬기정비학과장은 "지자체가 임차하는 민간 헬기를 기준으로 보면, 최소 2, 3명의 정비사는 있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항공안전법을 개정해 최소 정비사 요건을 법제화하거나 민간 헬기의 경우 연령 상한 규정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동구청은 민간 업체의 헬기 보유 물량이 워낙 적어 노후화된 기종이고 안전 정보가 없다고 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비의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별도 전문인력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동구청 관계자는 "임차헬기 정비는 전문성이 따르는 분야라서 정비기록을 받아본다고 해도, 실제 제대로 이뤄진 게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고, 정비를 해야한다고 지시하는 권한도 없다"고 해명했다.

◆대구 5개 구군이 헬기 한 대 공유… 헬기 부담 이대로 괜찮나
최근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대구 기초자치단체가 임차한 헬기가 부족해 기체와 조종사가 한계 상황에 부딪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차 헬기 상당수가 노후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불을 대비해 임차한 헬기는 대구시가 아닌 구·군이 계약을 맺고 운영하고 있다. 수성구와 동구, 달성군, 군위군이 임차 헬기를 갖고 있다.
이 중 수성구와 계약을 맺은 헬기와 헬기 조종사는 남구와 달서구, 북구, 서구에 모두 출동한다. 산림이 차지하는 면적이 비교적 크지 않고 연 8억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에 공동 임차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산불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9차례 산불 중 해당 5개 지자체에서 발생한 화재는 4건으로 적지 않았다. 6일 발생한 산불도 공동임차한 북구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기체 과부하와 조종사 피로도가 심각한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규정상 조종사는 7일 연속 현장에 투입될 수 없어, 잇따라 산불이 발생할 경우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있다.
대구 임차헬기 노후도가 심각하다는 점도 문제다. 대구 기초 지자체가 임차한 헬기 4대 중 헬기 교체주기를 지나지 않은 기체는 기령 15년의 수성구 헬기 뿐이다. 6일 사고를 당한 동구의 임차 헬기는 기령이 44년이었고 달성군에서 임차 중인 헬기는 생산된 지 50년 째다. 군위군도 기령이 23년인 헬기를 사용해 교체주기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헬기를 임차하는 데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헌 경북도립대학교 소방방재과 학과장은 "임차 헬기는 산불 진화뿐만 아니라 환자 이송, 고층 빌딩 화재 진압에도 도움이 되므로 산림 비율만을 근거로 헬기 대수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며 "또 안전을 위해 줄에 달린 바구니에 물을 뜨는 방식이 아닌, 헬기 하단에 물탱크를 단단하게 부착한 형태로 전환하는 데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구·군이 감당해야 할 예산 부담을 줄이고, 진화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23년 시비 보조율을 30%에서 50%로 늘렸다"며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으로 16억원 정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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