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사유변] 인간은 완전하지 않기에 완전함을 추구한다

김창곤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율하연합가정의학과 원장)
김창곤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율하연합가정의학과 원장)

최근 눈에 띄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 제목은 '골막 천자 검사 중 소아 환자 사망…법원, 4억여원 배상 판결'이었고 기사내용은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소아백혈병 환자의 골막천자 검사를 위해 진정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했고 약물 투여나 응급 처치 상 과실은 없으나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하여 형사재판은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병원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내용을 확인 한 뒤 기사를 읽은 사람들 혹은 기사 제목만 본 사람들이 억울한 소아의 죽음이 정의로운 판결로 보상받았다고 생각하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의료진의 과실이 없으나 사전설명이 부족했다. 최선을 다 한 것으로 보이나 당시 이렇게 치료 했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하므로 의료진은 환자에게 배상하라.' 이런 판결들은 이제 너무 흔하게 접할 수 있어 새삼스럽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과연 설명을 더 자세히 하고 다른 조치를 취했다면 환자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듯 과거가 되어버린 일에 대해서 누구도 답을 알 수 없다. 덧붙여 필자가 의료지식을 가지고 본 대부분의 경우는 결과가 그리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실 없는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상함을 느낄 것이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필자에게 이러한 판결들이 놀랍게 다가오지 않는 만큼 어느새 치료결과가 좋지 않으면 무조건 의료진의 잘못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 안타깝게도 법적 다툼이 크게 일어나는 경우는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생사의 기로에 빠진 환자를 돌보다 발생한다. 모두가 입을 모아 살려야 한다는 소위 필수의료 현장에서 말이다.

의도가 없는 단순한 실수라도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으면 배상을 해야 하는 것이 법이고 당연히 의료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그렇지만 의도도 실수도 없이 불가항력으로 일어나는 부작용, 후유증의 책임을 의료진에게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 않은가.

실수가 없는데 어떻게 부작용,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지 의아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설명을 드리자면 인간의 몸은 똑같은 부품으로 만들어진 기계와 달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다르며 하나의 수정란에서 갈라져 나와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조차도 그렇다. 그래서 같은 질환을 같은 방법으로 치료해도 치료결과와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고 이는 예측불가의 영역이다.

또한 모든 약제와 치료법에는 확률이 높든, 낮든 심각하든, 가볍든 부작용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수만, 수백만분의 일의 부작용이 생길까 두려워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불행히, 혹은 운 나쁘게 발생한 나쁜 결과를 누군가의 책임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안타까운 결과는 맞이하게 된 당사자나 가족들의 슬픔은 너무나 당연하고 필자도 공감하며 의료배상공제조합 같은 제도가 있으나 의료분쟁이 늘어나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 법조계가 더 노력해줬으면 한다.

인간은 완전할 수 없고 그렇기에 완전함을 추구한다. 완벽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은 발전동력이 되지만 타인에게 완벽함을 요구하고 질책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더 나아가 주변까지 병들게 한다. 완전한 신에 닿기 위해 쌓아올린 바벨탑이 무너졌듯 완전무결한 의료의 환상에 빠져 공들여 쌓아올린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져서는 안될 것이다.

김창곤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율하연합가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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