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명여중 체육교사로 근무하는 조인현(44) 씨는 서선희(45) 씨와 결혼해 은교(11), 하윤(9), 연아(7), 윤건(4) 네 명의 자녀를 뒀다. 세 명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막내는 유치원생이다. 네 아이를 낳은 것은 특별히 결심한 바가 있어서는 아니다. 형제자매들이 많으면 성장과정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훗날 살아가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아이들끼리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행복하다"는 부부는 "세상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삶,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최고 목표"라고 했다.

◆"학원은 안 보내요"..스스로 공부하도록 지도
이 집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전업주부지만 수학교사 자격증이 있는 아내 서선희 씨가 집에서 아이들 공부를 봐 준다. 각자 계획대로 공부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교육 포인트다.
그렇다고 거창한 철학이 있어 사교육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무작정 학원에 보내면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 생각도 하지 않고 하라는 대로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스스로 공부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매일 도전과 성취를 하기 바랬던 서 씨는 "만약 혼자 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부족하다고 느끼면 언제든지 얘기해 달라고 했다"며 "아직은 아이들 스스로 공부할 수 있어서 매일 공부한 리스트를 확인하고 피드백을 주는 식으로 학습 지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이들 부부만의 육아 노하우는 부부 공동 육아가 원칙이지만 둘 중 하나 컨디션이 안 좋거나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대할 것 같으면 육아에서 빠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 씨는 "육아는 장기전이기 때문에 부모인 나 자신부터 챙겨야 한다"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부모라야 육아도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부부 간 대화가 풍부하다는 점도 이 가정의 특징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변화에 대해 서로 대화를 충분히 하고 그에 맞는 육아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100인의 아빠단' 활동으로 육아능력 UP
남편 조 씨는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는 역할이 주 담당이다. 육아에 지친 엄마를 쉬게 하기 위해 틈 나는 대로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그 또한 처음부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대구시와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가 진행한 '대구 100인의 아빠단' 활동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100인의 아빠단은 3세부터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아빠들의 육아 모임으로, 아빠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고 부부가 함께하는 육아 문화 실천을 목표로 한다.
그는 2020년 2기 아빠단부터 합류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매주 주어지는 육아 미션을 수행하며 4남매의 웃음꽃 피는 모습을 기록하고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 아내 없이 아이들과 함께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아이들과의 관계가 상당히 끈끈해졌음을 느꼈다는 그는 "초보 아빠, 특히 육아에 자신 없는 아빠라면 지역별로 진행하고 있는 100인의 아빠단에 참여해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초창기 아빠단 활동 때 기억나는 점은 육아하는 아빠에 대한 주변의 안쓰러운 시선이었다. 아이들과 여행 다닐 때마다 아빠 혼자 육아하는 것을 걱정해주는 사람들 반응에 처음에는 대단한 아빠인가 싶어 기분이 좋았지만, 나중에는 이런 인식이 육아의 현주소인가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아빠의 육아를 자연스럽게 보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음을 체감한다.

◆경제적으로는 부담..아이들 의견 조율도 곤혹
다둥이 가정으로서 힘든 점은 '경제적인 부분'을 첫 손에 꼽았다. 가장 큰 부담이 교육비다. 현재 학원비는 들지 않는다고 해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셋의 방과 후 수업 비용도 합치면 만만찮다. 학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해도 세 명 모두에게 원하는 수업을 듣게 하다 보니 생각보다 돈이 많이 나간다. 세 아이 모두 인근 자치구에 있는 청소년수련관에서 주 3회 운동(수영 등)도 하고 있는데 거주지역 아니면 다자녀 할인 혜택이 없어 이 돈도 무시 못한다.
또 다른 애로점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개성이 강해지고 서로 원하는 바가 달라 이를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식성도 각양각색이고 원하는 것을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경우도 있어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아내 서 씨는 "식성 다른 네 아이의 식사 준비도 보통 일이 아니다"며 "텔레비전을 볼 때도 서로 선호 채널이 다르고 차량 탑승 또는 식사 자리 배치도 저마다 요구가 달라 조정에 힘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자녀가 많다 보니 한 아이에게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점도 부모로서는 속상한 부분이다. 이런 미안함을 달래기 위해 부부는 가끔 자녀 한 명씩과 별도로 데이트하거나 각자 한두명씩 따로 데리고 다니는 등 자신에게 충분히 관심을 쏟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려 신경을 쓴다.
◆조건 맞추기 너~무 힘든 다자녀가정 혜택
부부는 다자녀 가정을 위한 정부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토로했다. 다자녀 가정에 많은 혜택이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그 수혜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 조 씨는 "저출산 위기 속에서 '아이 많이 낳아라' 말로만 하지 말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다자녀 교육비 지원 혜택만 해도 중위소득 50% 이하만 해당돼 웬만한 경우 아니면 대상에 들기 어렵다. 이 가정도 외벌이 남편의 근로 소득만 있고 재산은 대구시 북구에 30평대 아파트 한 채, 자동차 2대가 전부지만 조건 미충족으로 탈락이다. 이 때문에 초등학생 자녀 셋의 방과 후 수업 비용은 전혀 지원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장체험 학습비, 졸업 앨범비 등 각종 학교 혜택도 4남매 중 셋째부터 지원된다. 현장체험 학습비는 대부분 기본적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이마저도 실용성이 별로 없다고 부부는 전했다.
코레일 다자녀 할인(2자녀 이상 30~50% 할인) 또한 3인 이상 동시 탑승 시만 해당하고 공석 활용이라 실제 자리가 얼마 없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대구경북지역 휴게소의 2+1 혜택(같은 음식 2가지를 주문하면 1가지 무료 추가)도 추가 메뉴를 휴게소 측에서 지정해서 주니 아이들 기호에 맞추기 어려워 거의 이용하지 않게 된다.

◆세상 기준에 얽매이지 않아
'세상이 말하는 성공이라는 기준에 흔들리지 말자'. 남편 조 씨의 좌우명이자 이 가정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11년차 교사인 조 씨는 "주변을 둘러보면 공부가 전부가 아닌데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마음이 힘든 학생들을 너무 많이 본다"며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남과 비교하지 말고 취업, 성공 이런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그렇다고 자녀들에게 무조건적인 자유만 주는 것은 아니다. 자기 할 바는 다하는 자유, 예의와 규율은 지키는 책임감을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는 부부가 똑같이 엄격하다.
아이들에게 바라는 바는 성장기에는 되도록 학업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행복하게 성장했으면 하는 것, 그리고 20세 성인이 된 후에는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고 많은 걸 경험하며 살았으면 하는 것 딱 두 가지다.
아빠의 또 다른 소망은 나중에 4남매가 성인이 됐을 때 각기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 거주하면 하는 것도 있다. 그 핑계로 여행 삼아 한 군데씩 돌아보며 살고 싶어서다. 하지만 첫째 딸 은교 양을 비롯한 자녀 4명은 이구동성으로 "커서도 엄마아빠 곁에서 살 것"이라며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의견 일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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