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경북 의성과 안동 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수많은 산림이 소실되고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겹쳐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고, 진화 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이러한 재난은 사소한 부주의와 건조한 자연 조건이 만났을 때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산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작은 안전 불감증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 현장의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안전보다는 효율을, 생명보다는 이익을 추구하는 현장의 관행은 결국 '산업 재해'라는 부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게다가 이러한 산업 재해는 단순 사업장 내 물질적·인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와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 들어 연일 발생하는 대구경북 내 산업 재해 발생에 따라, 사업장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1~3월의 산업 재해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9명이 증가해 모두 17명이다. 지난해 전체 산업 재해 사망자가 53명인 것과 비교해보면, 올해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사망 사고의 상당수는 건설업과 제조업의 기초적인 안전조치 미이행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은' 예방의 실패라는 점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반복된 구조적 문제의 결과다.
더 이상은 안된다. 급증하는 대구·경북 사망사 고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다. 산업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이미 '초단기 대책'을 세우고 있다. 먼저 지역, 업종, 설비 3가지 특성을 기준으로 초고위험 사업장을 선정했다. 이후 경각심 고취와 점검·컨설팅, 감독 등으로 이어지는 '3-STEP 방식'의 단계적 점검을 통해 산업 재해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건설업 현장에선 추락사고 위험이 높은 태양광 지붕공사 현장과 공장 신축 철골공사 현장을 적색경보 지역으로 분류했다. 해당 현장은 주 3회 순찰을 정례화하고, 안전관리가 부족한 현장은 감독 연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사망 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문화가 현장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14일 대구시와 대구고용노동청,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주도로 대구 엑스코(EXCO)에서 산업 안전 유관 기관이 모두 모인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사망 사고 감소를 위한 결의를 다짐하고, 각 기관이 마련한 산재 예방 실행 계획을 함께 발표한다. 이는 단순한 의례적 행사가 아니라 산업 재해를 줄이기 위한 진지한 결의이며, 실천을 약속하는 자리로 만들 것이다. 이날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장 중심 실천으로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낼 것이다.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산업 재해를 줄일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공공기관, 재해예방 전문기관 그리고 사업주와 근로자 등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감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각 기관이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비로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현장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단순 행정이나 절차가 아니라,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공동의 사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전한 일터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구경북 사망사고 STOP'을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변화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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