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400원대 뉴노멀, 환율 고공행진에 지역 수출기업 시름도 깊어져

환율상승=매출증대 공식 깨져…원가 상승 경쟁력 저하 우려
지역기업 10곳 중 3곳 이상 '대책 없어' 대응력 강화 시급

대구 국가산업단지. 대구시 제공
대구 국가산업단지. 대구시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지역 산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상호관세 부과로 수출기업의 타격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환율 급등으로 인한 비용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산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겹악재에 숨 쉴 틈 없는 기업들

과거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의 매출을 높이는 '환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호재로 인식됐으나 최근 사정은 달라졌다. 해외 진출한 기업이 늘었고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의 경우 달러 결제 시 비용 부담이 높아져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대구의 섬유기업 A사 대표는 "원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설비도 마찬가지다. 고환율 여파로 수입 물량을 줄인다고 해도 이미 손해가 막심하다"면서 "모든 거래가 달러로 이뤄지는데 원가가 오르면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고 수출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구경북 주력 산업인 차부품 업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호관세에 환율상승이라는 유례없는 겹악재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성서산업단지 입주기업인 B사 대표는 "30년 넘게 기업을 운영했지만 이렇게 어려운 건 처음"이라며 "내수 위축은 물론이고 당장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 같다.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에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자금난이 더 심화되는 추세"라고 했다.

배터리 업계도 원자잿값 상승으로 설비 투자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그동안 생산능력(CAPA) 확대를 위해 해외 진출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국내 공정도 확대하는 추세였는데,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으로 매출도 크게 감소해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갈피 못 잡는 기업들…대응력 높여야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부품 원가 상승, 내수 시장 위축 등으로 이어져 산업계 전반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기업 대다수가 환율 상승에 대응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 400여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율 급등에 따른 영향 조사 결과'를 보면 환율 변동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전체 39.2%를 차지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최근 '환율 급등 시나리오별 경제적 임팩트 및 대응' 보고서를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환율 상승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 급등이 그간 잠재돼 있던 금융리스크와 결합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던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환율 변동의 폭이 클 때 이로 인한 손실을 줄이는 '환 헤지' 상품을 이용하거나 '환변동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요구된다"면서 "지역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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