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빠듯한 임차 헬기 계약 조건…"다수자 경쟁 계약 구조 탓 운영난 심각"

싼 업체가 선택 받을 가능성↑… "10년간 계약금 고작 10% 상승했다" 토로
비용난으로 고급 인력·신형 기체 구매 불가
조달청 "계약 형식에 큰 문제 없어… 향후 개선책 논의해볼 것"

7일 오전 대구 북구 서변동 산불 진화 헬기 추락 지점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와 경찰, 소방 등이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7일 오전 대구 북구 서변동 산불 진화 헬기 추락 지점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와 경찰, 소방 등이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최근 산불 헬기 추락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에 산불 진화 헬기를 임대한 민간 업체들이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조달청 계약구조 상 인건비와 유류비까지 감안하면 잦은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노후 헬기와 고령의 조종사, 부실한 유지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달청과 전세헬기업계 등에 따르면 지자체가 맺는 민간 헬기 임차는 조달청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진행된다. 조달청이 업체에서 제시한 가격을 보고 쇼핑몰에 등록하면, 지자체가 이중 한 업체를 골라 계약을 맺는 식이다.

업계는 다수 사업자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조달청에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가 어렵고 결국 제살깎아먹기식 계약으로 이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회전익항공기사용사업 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헬기 임차 계약금은 불과 10%가량 상승했다. 지난 2023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단가를 6% 올리기로 해 그나마 숨통이 틔었지만, 국제 유가가 다시 하락한다면 단가가 제자리로 돌아올 여지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구 4개 구군이 지난해 맺은 중소형 헬기 임차계약 금액도 직전 계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연 7억~8억원 수준이다.

A업체 관계자는 "다른 회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려다 보니 임차 계약금이 몇 년째 고정됐다. 헬기의 경우 민간 수요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업체 입장에선 조달청 계약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건비와 유류비가 크게 올랐고 수입 부품이 많은 상황에서 환율까지 치솟아 업체 부담이 매우 크다. 지금은 직원 월급도 제대로 못 주는 업체가 꽤 있다"고 했다.

조달청과의 헬기 임차계약이 용역으로 분류되고도 사실상 '물품' 취급을 받고 있어 상승하는 유가나 인건비 반영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건비와 임차비, 유지관리 비용 등 세부 항목을 일일이 분류해 가격을 매기지 못하고, 헬기 기체에 대한 시간당 운영비만 계산하다 보니 가격 인상을 요구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B업체 관계자는 "계약을 하고나면 용역이행증명서가 아닌 물품납품실적증명서가 온다"며 "헬기 임차계약이 물품 취급을 받다보니 물가나 환율 인상을 이유로 계약금 상승을 요구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 조달청에 단가 인상 근거자료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운영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최근 지적된 열악한 비행환경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헬기 노후화가 심각하지만 현재 조달 단가로는 신형 헬기의 구매 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헬기 한 대에 조종사 두 명을 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6일 오후 3시 41분쯤 대구 북구 서변동에서 산불 진화에 나선 동구청 임차 헬기가 추락했다. 추락한 임차 헬기의 잔해가 남겨져 있는 모습. 김유진 기자
6일 오후 3시 41분쯤 대구 북구 서변동에서 산불 진화에 나선 동구청 임차 헬기가 추락했다. 추락한 임차 헬기의 잔해가 남겨져 있는 모습. 김유진 기자

한국회전익항공기사용사업협회 관계자는 "젊은 기장은 1년 내내 고강도로 일하는 대신 높은 임금을 받길 원하는데, 조달청을 통해 맺은 계약금으로는 도저히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면서 "임차기간(7개월) 동안만 일하길 선호하고 비교적 임금이 싼 고령의 기장 1명만 겨우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헬기 업체의 사정을 충분히 반영해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면서도 업계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헬기 업체가 먼저 가격을 제시하고 조달청과 합의하는 구조여서 계약 과정에는 큰 문제가 없다. 물가가 오르면서 계약 단가를 3% 정도 인상한 선례도 있다"면서도 "향후 헬기 업체와 전문가, 지자체의 입장을 수합해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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