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숨 돌린 관세 전쟁, 차분하게 실효적 대응 전략 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 관세가 시작된 지 13시간여 만에 90일간 유예(猶豫)를 발표했다.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25%는 그대로이며, 나머지는 10% 기본 관세만 부과한다. 보복 관세로 대응한 중국에 한해선 관세를 104%에서 125%로 올렸다. 갑작스러운 변화의 배경에 대해 설왕설래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트럼프의 전략이 우리에게 한숨 돌릴 여유를 준 것은 틀림없다. 미국 증시가 요동치고 무차별적 관세 전쟁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터져나오자 일단 전선(戰線)을 중국으로 국한한 것으로 보이는데, 오는 6월 3일 대선을 거쳐 새 정부 출범 후 대미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다.

물론 미국이 속전속결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중국에 125% 관세를 부과한 풍선효과도 우려스럽다. 미국의 관세 장벽에 막힌 중국산 덤핑 제품이 한국 등으로 쏟아져 들어온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원스톱 쇼핑'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무역 및 관세뿐 아니라 안보 등 다양한 현안(懸案)들을 함께 다루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 부담액) 증액과 주한미군 주둔 등을 함께 논의하겠다는 것인데, 집권 1기 때에도 '수십억달러'(수조원)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을 거론한 바 있다.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원하는 한국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협상하자는 뜻이다.

우리로선 유예 기간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의 협상을 지켜보며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복안(腹案)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비관세 장벽 철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이다. 이에 대응해 우리가 내밀 확실한 전략적 카드를 찾아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건립 및 우라늄 농축 시설 확보 등도 언급할 만한 사안이다. 섣불리 대응하기보다 막판까지 협상의 묘미를 살려야 한다. 동시에 충격을 최소화할 대비책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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