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연극 리뷰] 채수욱 연출의 '연극예술의 방식'<예술적 예술>"족구로 설명해 드릴게요."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예술적 예술. 서울문화재단
예술적 예술. 서울문화재단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채수욱 연출가는 창작집단 '오늘도 봄'의 대표로, 다양한 연극 형식을 무대 위에서 꾸준히 탐구해 오며〈Be〉,〈창밖의 여자〉,<백치로봇 아다다>, <아카이빙, 이재진을 말하다〉 등 여러 작품을 연출해 왔다. 〈예술적 예술〉(서울연극창작센터 ‧ 씨어터제로)은 제목부터 역설적이다.'예술적이다'라는 수식어는 때로는 작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말이 되기도 하고 특정한 예술 형식만을 제한적 판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술성'으로 작동하는 평가 시스템, 지원 제도, 장르의 정 전(正典)화된 관습들을 족구하는 비유적 장치를 통해 부조리극 형식의 패러디와 풍자로 비판한다. 뛰고 달리고 차면서 작품세계를 평가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극과 족구는 서로 닮아 있다. 육체(신체)의 감각성을 도구로 삼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채수욱은'예술적이다'라는 평가가 작품을 '예술적 예술'이 될 수 있는 연극 지원생태계의(작품성, 지원제도, 평가와 비평) 현상과 생존의 현실을 스포츠와 융합(족구)한 관객 참여형 인터랙티브 연극 형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공연은 1막과 2막이 완전히 분리된 형식이고, 1막에서는 부조리극의 형태로 고전 작품들을 패러디와 풍자로 재해석된다. 2막에서는 관객들이 1막 공연을 평가하고 토론에 참여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무대는 족구장이며, 배우는 족구 선수로 등장한다. 연극과 족구는 모두 대중적으로 외면받고 있다는 공통점에서 출발한다. 배우는 족구 선수가 되고, 족구 선수는 심판 앞에서 예술을'심사'받는다. 관객은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이자, 동시에 예술의 평가자라는 이중적 위치에 놓이게 된다. 무대 위에서는 셰익스피어, 베케트, 이오네스코, 체홉 등 고전 작가들의 작품이 파편화된 장면들은 족구처럼 주고받는 방식으로 패러디된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은'줄리엣의 아버지 다카키 마사오(박정희)'라는 설정을 통해 유신과 군부 권력, 친일 역사를 풍자한다. 스포츠와 예술, 실재와 허구, 평가와 생존이라는 복잡한 층위가 뒤섞여져 연극 생태계의 실연 심사를 무대화한 형식 실험이자 메타 연극이라 할 수 있다.

예술적 예술. 서울문화재단
예술적 예술. 서울문화재단

◆ 혼종성과 실험성, 족구와 연극의 경계

무대는 족구 코트다. 네트가 세워지고, 중앙 모니터가 작동하며, 공연은 스포츠 중계처럼 시작된다.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심의에 참여하는 평가자이자 기록자이며, 무대는 예술의 내용이 아니라 그 수행을 경쟁적으로 보여주는 장으로 전환된다. 객석과 무대는 제4의 벽을 제거한 것처럼 특별히 구분되지 않는데, 심판석과 선수 뒤쪽이 관객석을 구분하는 선이다. 그 위로'오늘의 레퍼토리 실연심의 <족구와 연극>'현수막이 보인다. 족구장 코너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모니터로 스포츠경기장에서 관람석의 특징을 잡아내는 것처럼 활용된다. 무대는 연극예술이 실재와 허구 사이에서 예술적 사유의 고뇌를 해 온 것처럼, 무대는 족구라는 스포츠의 실제와 허구적 연극의 형식들이 선수들의 말(언어)로'공'이 대체되고, 각자의 포지션에서 주고받는 것은 연극 장르의 총집합 장이다. 한 남자가 관객처럼 난입해 시끄럽게 통화도 하고, 카메라는 관중석을 비추면서 관객은 실제 족구 경기를 보러 온 것처럼 느껴진다.

1막에서 채수욱은 고전 연극의 명장면들을 패러디하고 해체함으로써, '예술적'이라는 말이 고전적 형식과 전통적 구조에 얼마나 종속되어 있는지를 비판한다. 1막은 고전과 현대적인 텍스트와 장면(〈고도를 기다리며〉,〈로미오와 줄리엣〉,〈유리동물원〉,<햄릿〉,〈대머리 여가수〉,〈리어왕〉,〈세일즈맨의 죽음〉,〈인형의 집〉, <갈매기>)을 넘나들며 작품을 족구화 해 재구성하는 방식이면서도, 연극의 '예술적'과'예술'이 시대의 현상에 따라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총체적인 장면으로 재구성한다. 패러디되는 스토리는 이렇다. 줄리엣의 아버지는 햄릿 아버지를 죽인 원수로 설정된다. 그 원수는 다카키 마사오이고, 줄리엣의 유모는 햄릿 어머니라는 식이다. 햄릿은 어머니가 사랑하는 줄리엣의 아버지인 다카키 마사오의 정부라는 사실을 알고 고통스러워한다. 줄리엣은 유모가 시어머니가 되는 상황이 되면서 이어지는 장면은 <고도를 기다리며>이다. 구원해 줄 고도는 이들 집안에 금기어다. 햄릿이 등장해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를 외치다가 죽게 되고, 이어지는 장면은 <갈매기>이다.

이어서는 남성 가정주부 노라가 등장한다. 다카키 마사오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하다가 탕진하게 되면서 위기에 처하게 된다. 노라 아내는 택배 일을 하고, 딸은 먹방 유튜브를 찍고 아들은 시인 되겠다고 하는데 시가 <갈매기>의 독백이 되는 식이다. 하이라이트는 패러디로 풍자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아버지는 70년대 한국 사회 군부와 유신으로 집안을 키워온 '다카키 마사오'이고, 집은 용산이다. 깽판 수준으로 꼬인 집안의 대립은 친일 시대부터 용산과 줄리 시대를 거쳐 탄핵 정국까지, 보수 권력의 유산들을 피터 한트케의〈관객 모독〉수준의 언어유희로 공격하고 비트는 식이다. '다카키 마사오'를 설정하는 방식은 한국 근대 정치사의 부조리와 연극적 허구를 결합한다. 용산과 줄리 시대, 유신 정권, 탄핵 정국 등 정치적 현실이 고전적 형식 속으로 침투하면서 과거와 현재, 허구와 실재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러한 전복은 전통 연극의 관습을 희화화하고 해체하는 포스트드라마적 전략으로 기능한다. 배우의 과장된 제스처, 비논리적 대사 구조, 언어유희와 말장난은 연극적 언어에 대한 반성적 해체로 이어진다.

예술적 예술. 서울문화재단
예술적 예술. 서울문화재단

2막은 1막에서 공연된 네 개의 장면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이 과정은 실제 심의 제도를 모델로 하여, 배우들이 평론가, 연출가, PD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오픈채팅방을 통해 관객이 평가에 참여하도록 유도된다. 공연의 일부가 아니라, 연극을 둘러싼 '제도'를 극 내부로 끌어들인 메타극적 장치로 작용한다. 실제 심사위원처럼 등장한 배우들이"이건 부조리하고 난해해서 어렵다","포스트드라마적 접근이 훌륭하다"라고 상반된 의견을 펼치고, 관객은 오픈채팅방을 통해 투표에 참여한다. 그러나 정족수 미달로 선정이 무산되면서, 작품은 다시 한번 '예술은 누가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제도 비판의 절정을 이룬다. 예술이 제도에 의해 평가되고, 그 평가가 예술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현실을 정면으로 드러내고 있다. <예술적 예술>은 지원 시스템, 공연 선정 방식, 평론가 중심의'예술적' 평가 구조, 심의 절차까지 비판적 시선을 드러내며 예술은 족구처럼 살아 있는 것이고, 경기장처럼 예상 불가능하고 역동적이며, 관객으로 완성되는 예술임을 환기한다. 이 장면은 연극이라는 예술 장르가 비평, 지원, 심의 시스템에 의해 소비되고 분류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며 채수욱 연출은 〈예술적 예술〉을 통해 "예술은 무엇을 기준으로 예술이 되는가?" 혹은, "평가와 제도가 예술성을 결정할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1막은 네 개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장면 구성이 선명하게 정리되었고, 2막도 관객 몰입도가 높아졌다. 난해함과 부조리성, 포스트드라마적 구조의 모호함 속에서도 배우들은 놀이성으로 무대를 직진하며 패러디와 풍자의 조롱으로 채우는〈예술적 예술〉의 사용설명서가 채수욱 연출의 생존기에 쌓여진 사유에 공감하면서도 1막의 풍자와 패러디로 비트는 부조리함은 설득되지 못하는 난해함으로 유도(誘導)되었다. 1막의 네 개 에피소드 중 로미오와 줄리엣의 정치적 전복이 구체적 현실을 효과적으로 호출하는 반면, 일부 장면은 추상적 언어유희에 머무르며 분산되기도 했다. 에피소드들이 현실의 전경과 구조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족구장이라는 이질적 무대는 무대와 객석, 연극과 족구, 실연과 심의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연극의 형식적 실험을 공간적 차원에서 구체화하는 연출적 실험은 감각적이다. 족구선수로 구성된 1막 배우들(백은경, 박수연, 최은경, 이기현)의 연기 팀워크가 좋고, 심영민(연출가), 이자령(평론가), 고병택(기획자)의 실재 인물화도 매끄러웠다. 형식의 위기, 제도와 평가의 모순, 예술의 생존 문제를 족구라는 이질적인 은유를 통해 다층적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채수옥 연출의 실험적 반란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드라마터그 배선애는"패러디와 풍자가 섞인 부조리극을 보여주는 1막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도, 연극에 대한 기성의 시각들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2막에 집중했다"며"채수욱 연출가는 기성에 대한 도발적인 상상과 전복을 꾀하는 작가인데, 무대 구현에 있어 과감한 시도를 하면서도 존중과 배려를 놓치지 않기 때문에 엉뚱하면서도 치밀하게 작업하는 연출가"라고 평가했다.

예술적 예술. 서울문화재단
예술적 예술. 서울문화재단

|미니 인터뷰 ('예술적 예술' 연출, 채수욱)

채수욱 연출은 로 제8회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예술적 예술>로는 제13회 서울미래연극제에서 대상과 연출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백치로봇 아다다>, <멀티버스 씨어터 : 재난유토피아>, <5호실의 고등어>,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양들의 울타리>, , <무지개의 끝>등의 연출 작업 작품들이 있다. 2021년에는 <창밖의 여자>로 제7회 무죽페스티벌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았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다.

─ <예술적 예술>의 연출적인 의도는.

"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했다. 고전의 여러 형식을 병치시킨 실험극 1막과 기성의 태도를 취하며 관객들과 함께 토론하고 평가하는 인터랙티브 형식의 2막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1, 2막을 통해 관객들이 예술성에 대해 직접 판단하도록한 형식이다. 관객이 '예술'에 대해 사유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기를 바랐다. 1막과 2막은 예술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관객은 좋든 싫든 어느 한쪽을 택할 수밖에 없는다.두 개의 극은 동일한 창작진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이다. 관객이 극장 밖을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족구와 연극'이 아닌 '예술적예술'은 예술적이었는가에 대해 자문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예술이란 것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가치인'관용'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 극장공간이 이동되면서 전작 공연과 달라진 것 같다. 중점을 둔 부분은.

"1막은 내용적으로 달라진 점은 없다. 각각의 형식이 가진 특징들을 좀 더 잘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부조리극 장면에서 배우들의 대사와 행위의 불일치를 더 극대화하고 전체적인 템포감을 올렸다. 2막은 내용적으로도 수정이 이루어졌는데, 배선애 드라마터그와 함께 실제 심의 현장의 목소리, 이머시브/젠더프리 등 현재의 트렌드, 관객의 수용적 측면의 대사를 추가해 세밀하게 다듬었다. 관객의 오픈채팅 의견도 배우들이 현장 상황에 맞게끔 플롯의 순서를 완전히 재배치해 연기하도록 했는데, 인터랙티브 형식이 가진 재미와 특징을 더 강화하고자 했다."

예술적 예술. 서울문화재단
예술적 예술. 서울문화재단

─ 족구와 연극을 결합한 이유.

"1막 의도가 기존 장르적 문법과 관습을 전복하고자 했다. 극중 대사에서 '대한민국 연극 다 족구하라 그래'라는 언어유희를 사용한다.'족구와 연극'은 이 대사로부터 출발했다. 발음해보면 알겠지만, 사실'족구와 연극'도 언어유희다. 그런데 창작과정에서 족구에서 공을 서로 주고받는 행위가 예술의 창작과 수용이라는 지점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극장 전체를 족구장으로 설정하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네트를 설치하여, 의미를 송출하는 행위자와 그 의미를 해석하려는 수용자의 대결이라는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했다."

─ 연출자로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다른 매체와는 달리, 연극만이 가능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연극은 장르적 특성상 시공간의 제약이 많다고 여겨지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극장이야말로 배우와 관객이 함께 상상하는 것을 통해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이다. 놀이성을 차용한 형식, 이머시브, 인터랙티브 등의 사용이 모두 연극만의 재미와 의미를 찾기 위한 시도였다."

─ 1막에서 다양한 장르의 구조를 족구와 언어로 구조를 깨고 싶었던 것은.

"다양한 장르의 형식을 하나의 극에 병치시켜 색다른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동시대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를 활용해 기존의 장르가 가진 클리셰를 유희적으로 표현하여 극적 재미를 주고자 했다. 다만, 이것은 작품의 창작 의도인것이지 고전 작품들을 해체하거나 조롱하고자 한 의도는 아니었다. 1막에 사용된 고전은 모두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창작하면서 위대한 작가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 관객들이 이 작품에 사용되었던 고전을 다시 한 번 찾아 읽어보는 것을 통해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고, 그것이 연극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었다."

─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너무 현실정치를 강조하는 것은 아닌가.

"신랄한 정치 풍자는 예술이기에 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는'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담론의 일부로써 사용된 것이다. 정치비판이 주된 목적은 아니었다. 2막에서 정치를 다루는 예술의 기능적 측면에 대해 토론하며 1막을 비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인터랙티브 특성상 관객이 정치와 관련한 언급을 할 때만 볼 수 있는 장면이라 못 보신 관객들께는 이 지면을 빌려 양해를 구한다. 정치적 편향이 지나쳐서 불편했다는 피드백도 있었는데,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관객 입장에서 공연 중 퇴장이 쉽지 않은 극장 환경을 간과한 것 같아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다음번 공연부터는 예매 전 유의사항으로 공지할 예정이다."

예술적 예술. 서울문화재단
예술적 예술. 서울문화재단

─ 특정한 집단에 의해 연극이 예술적으로 강조되는 현재를 잘 집은 것 같은데.. 의도는

"예술계는 일종의 선긋기가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이 작품의 시작점이었다. 저도 나만의 예술관이라는 명목하에 실험을 위한 실험, 탈구조화를 위해 스스로를 구조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예술(연극)이라는 것을 펼쳐놓고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 예술이 어떤 특정한 집단에 의해 규정되고 움직이는 것은 옳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현행 심의제도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것이냐는 질문을 간혹 받을 때가 있는데 그건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러한 것들은 다른 루트를 통해 의견을 피력하면 될 일이지, 굳이 작품을 통해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족구를 통한 에튜트를 만들어 대사를 입히고 전체적인 구성에서 뛰어다니는 배우들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대사와 행위/시선을 의도적으로 분리시키는 부조리를 배우가 체화하여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그 형식에 맞게 연속적으로 수행해내야 했기 때문에 배우들이 연습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2막에서는 인터랙티브 형식을 표현하기 위해 공연 도중 관객의 의견에 따라 플롯이 재배치되고 즉흥적인 애드립도 수행해야 했는데, 실제로 진짜 심의인 줄 착각하는 관객들이 꽤 많았다. 연출로서 관객을 속일 의도는 없었다. 수많은 연습과 고민을 통해 배우들이 극사실주의 연기를 완벽에 가깝게 해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프로페셔널하고 열정적인 배우들과 함께 했기에 작품을 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에게 여러모로 큰 빚을 졌고,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 앞으로 계획은.

"현재 잡혀있는 공연계획은 없어서 당분간 쉴 예정이다. 2020년 극단을 창단하여 지금까지 거의 쉬지 않고 작업을 이어오다 보니 지친 부분도 있고, 창작자로서 에너지가 소진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아직 내가 부족하고 잘 모른다는 생각을 점점 많이 하게 된다. 연극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를 더 해보고 싶고, 여력이 된다면 예전부터 구상중인 신작을 집필해볼 생각이다."

채수욱 연출가.
채수욱 연출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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