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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봉 주교 빈소, 안동 목송동성당에…14일 오전 장례미사

1954년 한국 파견…사회적 약자 위한 활동 앞장
초대 안동교구장 맡아 21년간 사목

두봉 레나드 주교. 천주교 안동교구 제공
두봉 레나드 주교. 천주교 안동교구 제공

6·25 전쟁 직후 한국에 파견돼 70년 넘게 사목 활동을 해온 프랑스 출신 두봉 레나도(프랑스명 르레 뒤퐁) 주교가 10일 선종했다. 향년 96세.

두봉 주교는 지난 6일 뇌경색으로 안동 병원에서 긴급 시술을 받은 후 치료 중이었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는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마지막 성사(聖事)를 한 뒤 안동교구장인 권혁주 주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봉 주교는 1929년 프랑스 오를레앙의 가톨릭 신자 가정에서 3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으며 21세에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했다. 이후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과 동대학원에서 수학하고 1953년 6월 사제품을 받았다.

그는 1954년 12월 한국에 파견돼 대전 대흥동천주교회에서 10년간 보좌로 사목했으며 대전교구 학생회 지도신부, 가톨릭 노동청년회 지도신부, 대전교구청 상서국장 등을 지냈다.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로부터 주교 서품을 받고 초대 안동교구장으로 취임해 약 21년간 교구를 이끌다 1990년 사임해 원로 주교가 됐다.

두봉 주교는 '가난한 교회'를 내걸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에 힘썼다. 그는 안동교구장으로 재임하던 1973년 경북 영주에 한센병 환자를 위한 다미안 의원을 개원했으며, 1978년 12월에는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를 창립했다.

특히 1978년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사건' 등 농민의 권익 보호 활동에 앞장 선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가톨릭농민회 영양군 청기 분회장이던 오원춘 씨가 '영양군이 감자 경작을 권장했지만, 종자가 불량해 싹이 나지 않는다'며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항의했으나 당국이 농민들의 요구를 묵살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안동교구 사제단이 나서서 피해를 보상 받았지만 이후 오 씨가 괴한들에게 납치·폭행당하며 박정희 정권과 가톨릭이 대립하는 시국 사건으로 번졌고, 외무부는 두봉 주교에게 자진 출국 명령까지 내렸다.

이에 두봉 주교는 바티칸에 가서 '어려운 사람을 걱정하고, 힘을 주고, 희망을 주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자신의 신념을 설명했고,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만일 일방적으로 한국 정부가 두봉 주교를 추방하면 다른 사람을 안동교구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하며 두봉 주교의 손을 들어줬다. 그가 교황을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10·26 사건이 벌어져 박정희 정권이 막을 내렸고, 그는 10년 가량 더 교구장직을 수행했다.

천주교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이었던 두봉 레나도 주교가 2020년 안동의료원을 찾아 환자들과 의료진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 두봉 주교와 공한영 신부가 호스피스 병동 말기 암 환자를 위해 안수기도하고 선물을 전달하자 환자가 박수치며 기뻐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천주교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이었던 두봉 레나도 주교가 2020년 안동의료원을 찾아 환자들과 의료진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 두봉 주교와 공한영 신부가 호스피스 병동 말기 암 환자를 위해 안수기도하고 선물을 전달하자 환자가 박수치며 기뻐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두봉 주교는 2019년 특별귀화자로 선정돼 국적 증서를 받으면서 한국·프랑스 이중국적자가 됐다. 최근까지는 성당을 겸하는 의성의 한 공소(公所)에서 생활하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사를 주례하거나, 멀리서 찾아오는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해주며 소일했다.

또한 그는 2022년 1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후 그를 만나러 멀리서 찾아오거나 전화, 이메일, 문자 메시지, 편지 등으로 연락하는 이들이 많아 소통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주요 저서로는 수필집 '사람의 일감'(문음사·1989년)과 '가장 멋진 삶'(바오로딸·2011년)이 있다.

두봉 주교는 2023년 새해 맞이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쁘고 떳떳하게'라는 덕담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기쁘고 떳떳하게'는 평소 나의 신조이기도 하다"며 "힘든 환경에서도 감사와 생명 존중의 정신으로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삶,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두봉 주교의 빈소는 천주교 안동교구 주교좌 목성동성당에 마련됐으며 오는 14일 오전 11시 이곳에서 교구장 권혁주 주교의 주례로 장례미사가 봉헌될 예정이다. 장지는 경북 예천군 지보면 지풍로 983-41(농은수련원 내 성직자 묘원). 054-652-0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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