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찰나의 순간 역사적 기록] <39> 1950~1980년대 어린이 변천사 '어린이는 태양'

자라온 환경 다르지만…오늘의 대한민국 만든 주역

1955 제1회 특선 1석, 앗 터졌다/신현국. 1955년 시작된 매일신문사 주최 어린이 사진공모전 수상작품은 대한민국 어린이 70년 시대상을 담은 역사 기록물이 됐다. 2017년부터는 대구시와 공동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1955 제1회 특선 1석, 앗 터졌다/신현국. 1955년 시작된 매일신문사 주최 어린이 사진공모전 수상작품은 대한민국 어린이 70년 시대상을 담은 역사 기록물이 됐다. 2017년부터는 대구시와 공동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아이사랑 사진공모전'으로 전환했다.수상자들로 구성된 매일사진동우회는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창립 40주년 사진전을 갖는다.

1959년 제5회 추천, 고아의 기도/주영환
1959년 제5회 추천, 고아의 기도/주영환
1961년 제7회 준특선 2석, 아들 4형제/김진성
1961년 제7회 준특선 2석, 아들 4형제/김진성
1965년 제11회 금상, 대독/강해룡
1965년 제11회 금상, 대독/강해룡

"옥수수 튀김 할아버지는 칠성동 골목 집 처마 밑에 도사리고 앉아 종일토록 기계를 덜덜 돌린다. 동네 꼬마들은 이 할아버지가 한없이 부럽다. 무슨 요술이라도 부리듯 옥수수는 길다란 철사망 안에 쏟아진다. 팡~~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날 때면 금방 구수한 냄새가 넘쳐 흐른다. 그것이 먹고 싶다…."

1955년 5월 3일 자 매일신문은 이런 설명과 함께 귀를 막고 잔뜩 찡그린 어린이 사진을 큼직하게 실었습니다. 매일신문사가 주최한 제1회 어린이 사진전 최고상(특선 1석) 작품이었습니다.

전쟁의 상처가 여전했던 저 무렵, 먹고 사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했습니다. 아이들은 건사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뻥튀기 장수를 맴돌며 침을 삼켰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미래는 맑디 맑은 저 어린 아이들. 어린이 사진전은 그 희망을 찾는 계기가 됐습니다.

베이비 붐이 막 일던 1956년. 시골은 아이 천지였습니다. 해질녘이면 가시 울타리에 우르르 날아든 참새 마냥, 골목은 재잘대는 아이들로 시끌 했습니다. 맨 땅에 작대기로 줄만 그어도 참한 놀이터. 용 쓰는 아이도 지켜보는 친구도 힘겨루기 놀이에 해가 지는 줄도 몰랐습니다.

전쟁은 끝났어도 대구에는 눌러 앉은 피란민이 많았습니다. 고향은 무슨, 고아원마다 부모 잃은 아이가 부지기수였습니다. 1959년, 고아들이 죽 그릇을 앞에 두고 오늘도 기도 해 보지만 보고 싶은 울 엄마는 돌아 오질 않았습니다.

산업화가 시작되던 1961년 무렵, 식구는 점점 늘어 집집마다 아이들이 네댓 명씩. 사랑방 할머니까지 예닐곱은 다반사였습니다. 밥상은 늘 부족해 꽁보리밥도 투정 부릴 새가 없이 동이 났습니다. 코흘리개 막내는 누나들이 업어서 키웠습니다.

가난을 벗자면 배워야 한다고, 시골에서도 학업은 제일 큰 농사. 무작정 학교 가기 싫다는 자식의 속내를 알아차린 어머니는 콩을 내고 계란을 팔아 육성회비를 마련했습니다. 형편이 빤 하니 누나는 진학 대신 공장엘 갔습니다. 1965년, 이웃집 손녀딸이 또박또박 읽어주는 편지 한 장. 군대 간 아들은 집안 걱정 뿐이었습니다.

긴 머리 소녀들은 고무줄 하나로 놀았습니다.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 1969년, 노래를 부르며 어깨까지 올라간 고무줄을 춤을 추듯 다리로 휘감던 저 소녀들. 고무줄을 싹둑 끊고 휙 달아나던 뭇 사내들. 지금쯤 이들은 또 무슨 재미로 지낼까요?

1970년대, 멱감던 시냇가엔 어디든 고기들이 떼를 지었습니다. 아이들은 꾀를 내 흙탕물을 일으키며 후렸습니다. 깡통 가득한 물고기를 똑 같이 가르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그때 개구쟁이들은 이렇게 컸습니다. 꽃은 져도 아이들은 늘 웃음꽃이었습니다. 저리도 해맑았습니다.

저 아이들이 자라서 산업 역군으로, 과학자로, 기업가로, 또 누구는 노벨 문학상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궜습니다. 전쟁의 폐허를 재건하고, 정치적 암흑기엔 '쓰레기통'에서도 보란듯이 '장미꽃'을 피워냈습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오늘의 우리는 모두 저 개구쟁이들 덕분이었습니다.

땅거미가 져도 다시 아침을 밝히는 태양처럼, 어린이는 또 다시 미래를 밝혀나갈 태양. 인구 소멸을 넘어 희망찬 내일을 열어 갈 태양. 어린이는 태양입니다.

1969년 제14회 장려상, 줄넘기/박점식
1969년 제14회 장려상, 줄넘기/박점식
1973년 제17회 동상, 분배/김춘규
1973년 제17회 동상, 분배/김춘규
1978년 제22회 동상, 개구장이/이안숙
1978년 제22회 동상, 개구장이/이안숙
1981년 제25회 금상, 어린이는 태양/한삼화. 1955년 시작된 매일신문사 주최 어린이 사진공모전 수상작품은 대한민국 어린이 70년 시대상을 담은 역사 기록물이 됐다. 2017년부터는 대구시와 공동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1981년 제25회 금상, 어린이는 태양/한삼화. 1955년 시작된 매일신문사 주최 어린이 사진공모전 수상작품은 대한민국 어린이 70년 시대상을 담은 역사 기록물이 됐다. 2017년부터는 대구시와 공동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아이사랑 사진공모전'으로 전환했다. 수상자들로 구성된 매일사진동우회는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창립 40주년 사진전을 갖는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