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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서 잃어버린 3살 아들…50년 만의 가족 상봉

3살 때 가족을 잃어버린 남성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50년 만에 가족을 찾았다. 부산 중부경찰서 제공
3살 때 가족을 잃어버린 남성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50년 만에 가족을 찾았다. 부산 중부경찰서 제공

3살 때 서울역에서 가족을 잃어버린 뒤 보육원에서 자란 50대 남성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50년 만에 가족과 상봉한 사연이 알려졌다.

11일 부산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1975년 3월 실종 당시 3살이었던 강모(53)씨는 서울역에서 길을 잃고 아버지와 뜻하지 않게 헤어졌다.

강씨 부모님은 아들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산가족을 찾아 주는 방송에 직접 출연해 사연을 전하기도 했고, 미아 찾기 사이트에 사연도 등록했지만 아들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누나 경화씨도 혹시나 동생과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성인이 된 뒤 보육원 봉사 활동을 열심히 다녔지만 성과가 없었다.

강씨는 이후 부산에 있는 보육원 등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가족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씨는 지난 2월 1일 중부경찰서에 방문해 사정을 설명했다.

자신의 이름, 생일을 정확히 모르며 가족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헤어진 가족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상담했다.

경찰은 강씨에게 유전자 채취를 권유하였으며, 아동권리보장원에 유전자 검사 의뢰를 요청했다.

이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알고 보니 2023년 86세로 사망한 강씨의 모친이 생전에 유전자를 등록해 놓은 것이었다. 경찰은 탐문 수사 끝에 서울에 거주하는 강씨의 1살 터울 누나와 연락이 닿았다.

강씨 남매는 중부경찰서에서 마련한 상봉식에서 만나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 등을 나눴다.

경찰 관계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동생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강씨의 누나가 모친의 유전자를 미리 등록했다"고 말했다.

강씨의 누나는 "오래전부터 잃어버린 남동생을 찾기 위해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는 방송에도 출연했으나 소용이 없었다"며 "남동생이 죽은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찾을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이 2004년부터 장기 실종자를 찾기 위해 운영하는 '유전자 등록 제도'를 운영하고 다. 유전자 등록 제도는 무연고 아동과 실종 아동을 찾는 가족의 유전자를 대조해 실종자를 찾아주는 제도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이 제도를 통해 1972년 4월 5살의 나이에 가족과 헤어지게 된 김미정(57)씨와 한 순간 딸을 잃어버린 노모 강덕자(82)씨가 52년 만에 상봉해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실종 당시 가족들과 살던 통영시 항남동 인근 항구에서 놀다 우연히 부산 자갈치로 가는 배에 홀로 타면서 가족들과 헤어졌다. 김씨는 2009년 밀양경찰서에 방문해 유전자 등록을 했고, 어머니인 강씨는 지난해 3월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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