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녀딸 같아서"…길 물으며 여중생 허벅지 추행한 80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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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에게 접근해 길을 물어보며 허벅지를 추행한 80대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13일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제1형사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80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 관련기관에 각 3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28일 오후 7시 30분쯤 원주의 한 아파트 버스정류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앉아있던 15세 B양에게 다가가 길을 물어보며 손등으로 반바지를 입고 있는 피해자의 양쪽 허벅지를 쓸어내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A씨는 손녀딸 같았고, 아무런 뜻 없이 건드린 것은 맞지만 대화 과정에서 손등이 스친 것일 뿐 추행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상당기간 원주에서 살았고, 당시 정류장에 버스노선이 표시돼 있던 것으로 판단되므로 또 사건 당시 A씨와 B양이 대화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재판부는 사건 당시 B양과 그의 친구들의 복장에 주목했다. B양은 허벅지가 드러난 짧은 반바지를, 함께 있던 다른 친구들이 긴바지나 허벅지를 덮는 바지를 입었는데, A씨가 유독 B양 쪽에서만 허리를 숙였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증인들의 법정진술과 B양 진술이 부합한 점 ▷B양 어머니의 신고가 이어지기까지 다른 의도나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없어 보이는 점 ▷당시 중학생인 B양이 일면식이 없던 A 씨를 무고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등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친구들로부터 질문에 대한 답을 받았음에도, 대화를 끝내거나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다. 피고인의 접근이 오로지 노선을 묻기 위해서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손짓을 사용해야 했던 이유도 특별히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가 상당한 성적 불쾌감과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나 범행을 부인한 점,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을 포함한 다수의 형사처벌 전력이 있다"면서도 "추행의 정도나 유형력의 행사 정도가 비교적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재판 이후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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