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며 '꼭 해야 하는 일'이란 무엇일까? 아주 어릴 적엔 그 질문이 단순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자라는 것, 부모의 품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꼭 해야 하는 일'의 목록은 점점 늘어난다. 학생이 되면 공부를 잘해야 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야 하며, 선생님 말씀도 잘 들어야 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자연스레 주어진 임무가 된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소위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해야 하는 일'의 범주는 이제 생존을 넘어 '사회적 생존'을 포함한다. 단정한 외모와 헤어스타일은 기본이며 피부관리, 체형 유지와 멋스러운 의상, 때로는 교양 있는 대화까지도 사회적 생존에서 자기 관리의 영역이 된다. 과거에 단순히 머리를 깨끗하게 손질하는 일이 꼭 필요한 일이었다면 이제는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고, 유행을 놓치지 않는 감각을 유지하며, 단정한 인상을 위해 헤어라인 제모까지 감수하며 심지어는 탈모방지를 위해 병원에 다니는 것까지—이 모든 것이 '해야 하는 일'로 여겨진다.
이쯤 되면 묻게 된다. 자기 관리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 자신을 돌보는 일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타인의 시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외모, 말투, 태도, 교양이 모두 평가의 대상이 되고, 나의 기준과 타인의 기대 사이에서 중심을 잃어간다. 그렇게 꼭 해야 하는 일은 점점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왜 이토록 많은 일들을 '꼭 해야만 한다'고 믿게 되었을까? 그것이 정말로 삶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일인지, 아니면 사회적 압박 속에서 생겨난 허상인지 묻게 된다. 내 하루의 중심은 가족, 소중한 관계, 그리고 나의 성취에 있는데, 정작 그 에너지가 과하게 분산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마크 저커버그는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이유를 '결정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극단적인 효율을 추구한 사람이지만, 그 선택의 이면에는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자 하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 우리 모두가 그처럼 살 수는 없지만, '꼭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일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조명을 어디에 비출 것인지는, 결국 나 자신만 결정할 수 있다.
우리 각자가 '자기 삶의 예술감독'이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용기. 외부의 기준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삶을 다시 구성하는 감각. 그것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자기관리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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