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유학자 정이(程頤)는 '인생삼불행(人生三不幸)'을 말한 바 있다. 어린 나이에 성공하는 것, 잘난 부모와 형제를 둔 것, 타고난 재주가 많은 것까지 세 가지다. 언뜻 하늘이 내린 재능으로 보이지만 오만, 교만, 독선에 빠지기 쉽기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대학가의 오랜 농담 중 하나는 군 복무를 마친 복학생이 많은 강좌는 피하라는 것이다. 군 복무 후 인생의 험로를 부술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공부라는 걸 깨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인데 이들과 경쟁해 좋을 게 없다는 훈수다. 생의 바닥까지 갔다 각성한 이에게 두려울 게 없다. 이는 오만, 교만과 결이 다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던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오히려 가깝다.
이는 특히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이들에게 진리에 가깝다. 건강에 대한 오만, 교만이 병을 키운 팔 할이기에 이전까지의 생활 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각성(覺醒)이다. 이들이 대체로 관조적이며 세속적 잣대에 명운을 걸지 않는 이유다. '사람 잘 안 변한다'는 경험칙의 예외가 된 것이다.
1985년생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대통령이 되겠다며 시동을 걸고 첫 출근길 인사를 대구에서 했다.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대구경북민들에겐 그를 보는 양가(兩價)감정이 강하다.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유승민 전 의원을 따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프레임에 자신 또한 갇혔던 탓이다.
이 의원은 여당 대표 자리에서 급전직하했다 신당을 창당, 총선에서 당선됐다. 밑바닥까지 갔다가 올라온 셈인데 대진 운이 좋았다는 식으로 폄하(貶下)할 게 아니라고 본다. 당선 배지를 움켜쥐게 한 원동력은 '간절(懇切)함'이었을 것이다. 당시 그의 유세 동선을 분석했던 유권자들의 찬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돌았다. 감정적 배타심에 "그냥 싫다"고 고개 돌릴 게 아니다. 배울 수 있는 건 배워야 한다.
옛 여권 중진들이 조기 대선 출마 의지를 피력한다. 차기 당권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경험 삼아 나온 이는 없을 것이다. 대선까지 2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 주자들도 간절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누구든 각성하면 무서워진다. 묘책과 비기(祕技)가 나오는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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