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치인들의 실패'가 부른 '한덕수 출마론'

조기 대선을 앞두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출마론'이 국민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 대행이 대선 출마와 관련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음에도 지난 11일 공개된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에서 2% 지지도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여론조사 기관이 특정 후보의 이름을 제시하지 않고,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가?'는 식의 주관식 질문에 응답하는 방식이다.

한덕수 출마론 확산에 더불어민주당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 대행'이라고 불리지 않느냐"며 "여전히 헌법 파괴 세력, 내란 세력은 준동(蠢動)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한 대행은 위헌·월권의 헌재 쿠데타(퇴임하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 재판관 후보 지명에 대한 비판)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본인이 가만히 있는데 정치권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결과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친한계인 김종혁 전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자신의 SNS에 "(한덕수 출마론) 각본을 쓴 건 물러난 대통령과 여사의 측근들일 가능성이 있고 감독은 친윤 지도부, 주연은 한덕수 권한대행"이라고 썼다.

한 총리는 대한민국 최고(最高) 관료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정치인의 영역과 관료의 영역은 다르다. 정치인은 당파성(黨派性)을 바탕으로 국민들을 격동(激動)시켜 지지를 얻는다. 그야말로 '투쟁'을 업으로 삼아 국정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다. 이에 반해 관료는 매뉴얼에 따라 안정적으로 국무(國務)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정치인은 국익을 위해 전쟁도 불사하지만, 관료는 주어진 임무를 실수 또는 무리 없이 수행하는 사람이다.

정치인과 관료의 영역과 임무가 다름에도 국민들과 정치권 일각에서 한덕수 총리 '출마론'이 나오는 것을 정치권은 반성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는 정부·여당이 실패해야 야권이 승리하는 구조, 야당을 짓밟아야 여당이 이기는 구조, 협력이 아니고 싸움을 잘해야 각광(脚光)받고, 국가 미래가 아니라 지지층이 듣기 좋은 말을 해야 지지율이 오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이러다가 나라 망하겠다는 국민적 불안감이 크다. 이것이 '한덕수 대통령 출마론'의 기저(基底)일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어닥치고 있는 통상 전쟁에 우리 정치인들의 '우물 안 개구리 정치'로는 대응이 어렵겠다는 우려도 '한덕수 대안론'에 불을 지폈을 것임은 합리적 추론이다.

윤석열 정부 내내 야권은 무차별 탄핵과 입법 폭주로 국회 권력을 남용했다. 윤 정부는 시종일관 대통령 거부권으로 이에 맞섰다. 급기야 윤석열 전 대통령은 12·3 비상 계엄 선포로 국면을 전환하려다가 탄핵됐다.

이대로 간다면 대한민국이 이류 국가, 삼류 국가가 되는 것은 자명(自明)하다. 정치인들이 허구한 날 싸움으로 상대를 무너뜨리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만 골몰한다면 국민들은 현재 정치인을 국가 지도자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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