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박종희] 거점학교 추진, 교육과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발판

박종희 전 군위교육지원청 교육장
박종희 전 군위교육지원청 교육장

대한민국 교육은 눈부신 양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지역에 따른 교육 불균형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소규모학교는 학생 수 감소와 재정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구 군위군은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한 지역이다. 군위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군위 내 소규모 학교들은 학생 수 부족으로 몇 년 이내에 폐교될 위기에 놓여 있다.

지역 주민들은 교육 환경의 악화가 지역 공동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고 그동안 소규모학교 지원정책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였지만 소규모학교 지원 정책이 성공했을까?

소규모학교는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개인별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소규모학교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성장하고 있을까?

2024학년도 3월 우보초 전교생은 6명이었다. 2·4학년 3명이 한 학급, 3·5학년 3명이 한 학급으로 복식학급이 편성됐다. 2·4학년 학급에서 2학년 학생은 1명뿐이다. 2학년 학생이 국어책에 활동을 하고 있을 동안 선생님은 옆에서 4학년을 가르친다. 교과 시간에 4학년 학생이 교과수업실로 이동하면, 2학년 학생은 홀로 교실에 남아서 선생님과 수학공부를 한다.

적정 규모 학급에서 할 수 있는 토의 토론은 거의 불가능하며, 심지어 또래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어렵다. 방과후과정 역시 학년별 수준에 맞게 다양하게 운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의 희망과 수준을 반영한 강좌 개설이 어렵다 보니 방과후학교 참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소규모학교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지원과 정책에도 불구하고 학생 수가 지나치게 적은 소규모학교에서는 다양한 교육활동 운영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래 친구가 없는 학교생활이 과연 얼마나 즐거울까? 또 또래가 없는 학교에서 교사는 학생에게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을 실행할 수 있는가?

학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의 장소가 아니라, 학생들이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교의 궁극적인 목표다.

대구시교육청은 소규모학교의 문제 해결을 위해 '군위 거점학교' 추진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군위 거점학교는 군위군 내 소규모 학교들을 통합하여 교육 시설과 프로그램을 집중 투자하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군위 학생들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여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어느 지역에서나 학교 통폐합 및 휴교 결정이 되면 지역 주민과 동창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다. 학교는 단순한 교육 기관을 넘어 지역 사회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를 살리는 것만으로 지역쇠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인구 감소로 인한 학교 통폐합이 지역 사회에 불가피한 변화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군위에 있다.

화본마을은 폐교된 학교를 활용해 지역 활성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화본역은 기차역을 리모델링해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고, 폐교는 추억의 학교 박물관으로 조성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화본마을의 성공은 학교라는 자산을 활용해 지역의 매력을 높이고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교라는 소중한 자산을 지역 재생의 발판으로 삼아 교육과 지역 활성화의 조화로운 공존을 이루어내는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거점학교 정책을 통해 지역사회의 역량을 결집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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