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김형준] '반(反)이재명 빅텐트'와 후보 단일화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6·3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현재 여론 지형은 야권에 유리하다. 국민들의 정권교체 여론 비율이 높고, 야권 유력 대권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의 지지율이 강세다.

'한국갤럽 4월3주 조사(14~16일)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 기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45%,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32%로 나타났다.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자유응답), 이재명 전 대표가 38%를 기록해 자신의 최고치(37%, 12월3주)를 갱신했다.

범여권 후보들 지지도는 한 자릿수에 갇혀 있고 모두 합쳐도 27%(김문수· 홍준표·한덕수 7%, 한동훈 6%)에 불과했다. 현재의 지지율로만 보면 '이재명 대세론'은 견고해 보인다. 하지만 국힘 경선이 끝나고 '이재명(범진보) 대 반(反)이재명(범보수)'의 선거 구도가 만들어지면 대선 판은 요동칠 것이다. 대선 결과는 '52 대 48' 또는 '51 대 49'로 결정날 수 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41.1%를 얻어 당선됐다. 하지만 심상정 후보(6.2%)가 획득한 표를 합쳐도 범진보가 얻은 총득표는 47.3%에 불과했다. 반면 홍준표(24.0%), 안철수(21.4%), 유승민(6.8%) 후보가 얻은 범보수의 총득표는 52.2%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탄핵 반대 세력이 보여 준 결집력을 보면 이번 대선도 양자 대결 구도로 전개되면 박빙으로 갈 수 있다. 한국 대선을 관통하는 경험적 법칙이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질적인 정치 세력간의 연대나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후보가 승리한다. 제3지대 후보를 품어 '연대'하는 세력이 승리에 다가갈 수 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김종필의 DJP 연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2022년 대선에서 '보수-중도 연대'에 기반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등이 승리 연합의 사례다.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은 일찌감치 장외 인사들과 연대하는 '반이재명 빅텐트'를 꺼내들고 있다. 이는 정치적으로 노선이 다양한 세력이 연대해 단일후보를 만들어 독주하는 이재명의 집권을 저지하자는 구상이다. 홍준표 후보는 "개혁신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반이재명 세력들도 같이해야 (이재명 전 대표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대선 막판 변수로 지목되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단일화 가능성에 완강히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독주 체제가 계속되는 한,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개헌을 매개로 한 '반명 빅텐트론'의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 전 대표만 개헌을 거부하는 호헌 세력이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 한덕수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단일화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준표 후보는 한 대행의 출마 자체를 비상식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는 "우리 당 후보가 탄생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반이재명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동훈 전 대표는 '한 대행 '차출론'을 가리켜 "거칠게 비유하자면 '테마주 주가조작'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다른 입장이다. "누구라도 출마할 수 있고, 누구라도 이재명 전 대표를 이길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했다. 아마도 '한덕수 대행과의 후보 단일화'에 대한 찬반 여부가 국힘 경선의 최대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에서 "지금의 노무현 당 후보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며 후보단일화협의회가 결성됐다. 이 모임의 의도는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를 대타로 삼는 일종의 후보 교체론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는 정면 돌파 승부수를 던졌다. 정몽준 후보가 원하는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 방식을 받아들였다. 이런 극적인 후보 단일화에서 승리한 노 후보는 '지려야 질 수 없다"던 이회창 후보를 꺾고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노 후보는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을 받아들인 이유로 "내가 져도 좋다. 이회창에게 정권을 넘겨 줄 수는 없다"는 신념때문이었다고 후술했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전과 4범 중범죄자 피고인에게 정권을 넘길 수 없다"는 여론이 무르익으면 '반명 빅텐트와 후보단일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그것만이 보수가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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