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개인용 컴퓨터를 개발하는 등 한국 IT기술 산업 기틀을 마련하고, '기술보다 사람'이라는 신념으로 인성교육에 여생을 바친 유학자인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이 14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고인은 1933년 3월 3일, 경상북도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에서 4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사서오경 등 한학을 공부했다.
고인은 1980년대 삼보컴퓨터를 통해 한국에 PC 시대를 열고, 이후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도 깊이 관여하며 ICT 강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회장은 1980년 서울 청계천에서 삼보전자엔지니어링을 창업, 불과 6개월 만에 국내 최초 국산 PC를 개발했다.
당시 외국산 IBM 기기에 의존하던 정부 전산망과 통신 인프라를 국산 기술로 대체하고자 한 흐름 속에서, 그는 서울시 교통신호체계, 행정전산망, 데이콤(한국데이터통신) 등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IT 독립의 길을 닦았다.
서울대 문리대 물리학과 졸업 후 미국 유타대 대학원으로 유학, 통계물리학(부전공 전산학)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1965년 제일학원, 대일학원을 세워 단기간에 성공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삼보컴퓨터 설립을 통해 대한민국 1세대 벤처기업가가 됐다. 이후 두루넷, 데이콤, 나래이동통신 등 한국 정보통신 산업의 초석을 놓은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업가로서의 삶을 마무리한 그는 1987년에 '박약회' 회장으로 인성교육 운동에 헌신하며 제2의 인생을 열었다. 박약은 논어의 '박문약례'(博文約禮·널리 학문을 닦고 예를 지킴)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이 회장은 경북 영덕군 출신으로 영남 유학의 명문인 재령 이씨 영해파 19대 종손이다. 영해면 인량리에 있는 그의 고향집인 '충효당'은 중요민속문화재 제168호로 지정돼 있다.
고인은 생전에 "기술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사람을 만드는 일이 더 보람 있다"는 철학을 설파했다. 100만명 이상이 수료한 박약회 인성교육은 학생과 군인 대상 교육은 물론 시골 마을의 현대식 향약 운동으로 확산시키기도 했다.
고인의 인성교육은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노력. 이런 실천이 개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게 된다는 것.
2020년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정보통신 특별공로상을 수상하며, 정부 차원의 첫 공식 인정을 받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오전 7시 30분이다. 장지는 경북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 선영이다.
고인의 장례는 류목기 전 재경 대구경북시도민회 회장을 장례위원장으로 대구경북지역 유림 사회에서 장례위원회가 구성돼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하게 된다.
▶이용태(전 삼보컴퓨터 회장) 씨 별세, 이홍순(TG삼보 전 회장)·이홍선(TG삼보 전 회장) 씨 부친상=14일 오전 3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16일 오전 7시), 경북 영덕아산병원 장례식장(16일 오후 1시~18일 오전 7시), 발인 18일 오전 7시 30분, 장지 경북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 선영, (02)923-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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