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이재화] 대구 교육, 공교육 혁신의 길을 걷다

이재화 대구시의회 부의장
이재화 대구시의회 부의장

대한민국 교육이 직면한 문제 중 하나는 과도한 사교육 의존과 입시 위주의 학습 방식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공교육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교육계 안팎에서는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사교육 문제의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공교육의 신뢰 회복과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해 다양한 혁신 정책을 시도해 왔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도입이다. IB는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소통과 협업 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 교육과정이다. 이는 기존의 지식 암기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 주도 학습을 지향하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대구는 현재 전국에서 가장 많은 IB 운영 학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수업 방식, 평가 체계, 교사 연수 등 다양한 부분에서 IB 교육의 철학이 반영되면서 지역 교육의 질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IB 교육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바로 국내 대학 입시 체계와의 연계 문제다. IB는 서술형 평가 중심이며 학생 개개인의 사고력과 탐구력을 중시하는 반면, 국내 대학 입시는 여전히 객관식 중심의 수능 체제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IB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 과제는 명확하다. 교육부와 대학들이 대안 교육과정과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고, IB와 같은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일부 대학이 도입한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해외 교육과정 이수자 대상 전형을 보다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은 단기간의 성과로 평가될 수 없다.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공교육이 중심을 잡고, 다양한 교육 수요를 포용할 수 있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대구의 사례는 이러한 방향성을 고민하는 많은 지자체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교육 혁신은 단일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중앙정부의 정책적 지원, 대학의 제도 개선,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의 신뢰와 협력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대구가 공교육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선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길 기대한다. 이 길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밝히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특정 학교나 일부 교사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교육 변화의 의미를 공유하고, 이를 일상의 교육활동 속에서 구현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공교육 혁신의 지속성과 가능성을 보여 주는 중요한 단서다.

예를 들어, 지역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 마을 교육공동체와의 협력 수업, 학부모 대상 교육 이해 프로그램 등은 모두 공교육을 '혼자 하는 일'이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일'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도 도입을 넘어, 교육 문화의 전환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이를 확장시켜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는 중요한 자원이자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대구의 경험은 이러한 미래형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다른 지역과의 공유와 협력을 통해 더 큰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