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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조유진] 표현의 자유와 예술가의 책임 사이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예술은 권력에 저항하고, 때론 상식을 뒤엎고, 우리 사회의 금기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예외의 영역에서 늘 표현의 자유를 외쳐왔다. 그러나 예술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할까. 작가의 표현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혐오를 조장하거나, 특정 집단을 곡해해 그려낼 때, 우리는 그것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이며, 예술은 바로 이 자유를 바탕으로 이뤄져 왔다. 예술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사회적 규범의 제약 없이 그 자체로 존중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자유는 항상 책임과 함께하며, 무한히 보장될 수는 없다. 특히 예술이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담는 수단으로 기능할 때, 그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예술은 미술관의 벽을 넘어 SNS, 유튜브 등 일상 속 어디서든 대중과 즉각적으로 닿을 수 있는 곳에 있기에, 미디어를 통해 확장된 예술의 파급력은 단순히 개인의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영향력을 끼치게 됐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특정 사회적 소수자를 연상시키는 무분별한 묘사나 과도한 자극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작가들이 적지 않게 논란돼왔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그들이 만든 이미지와 메시지가 누군가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현실의 편견을 강화하며 타인의 존엄을 해치는 순간,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폭력에 가까워진다.

문제는 '표현의 자유'가 때때로 모든 비판에 대한 방패처럼 쓰일 때다. "이건 예술이니까"라는 말 한마디로 논란을 피해 가려는 태도는 이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물론 예술은 불편해야 한다. 관객을 흔들고, 기존의 질서를 뒤엎으며,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술은 경계를 넘는 행위이고, 때로는 그 경계에서 불편한 질문들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 불편함이 반드시 누군가의 고통을 야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불편함'과 '고통'은 구분돼야 하며, 예술은 그 경계에서 책임 있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예술가에게도 새로운 윤리 기준이 요구돼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더욱 정교하고 섬세하게, 사회와 소통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내가 만든 이 이미지와 메세지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자문하는 성찰의 과정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는 의미가 없다. 자유와 책임이 서로 공존하는 가치 안에서 예술은 더 강력한 울림을 지닌다. 예술의 자유가 진정 소중하다면, 우리는 그 자유가 향하는 방향 또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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