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 지브리 가고 바비코어…'챗GPT 5억명 시대', 편리함 너머의 질문들

챗GPT-4o 이미지 생성 기능 업데이트로 이용자 급증
사진 입력→지브리 화풍·입체 패키징…콘텐츠 트렌드 진화
업무 기획부터 운동·식단 계획·상담 도와주는 개인 비서로
저작권 논란에 거짓말 하기도 "피드백 주는 똑똑한 유저돼야"

위 이미지는 생성형AI로 그려진 사진
위 이미지는 생성형AI로 그려진 사진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출시된 지 2년 4개월 만에 전 세계 가입자 5억명을 모았다. 인공지능은 늘 화두에 오르는 주제지만,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던 때에서 누구나 일상 속에서 활용하고, 때로는 창작의 도구로 삼는 흐름까지 넘어왔다. 유저 5억명 시대. 그저 챗GPT를 켜 답을 얻어내는 것을 넘어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진 시대다.

◆지브리가 쏘아올린 AI 대중화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설정한 지브리 화풍의 본인 엑스 프로필 사진. 인터넷 캡쳐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설정한 지브리 화풍의 본인 엑스 프로필 사진. 인터넷 캡쳐

진입 문턱을 낮추는 데에는 지난달 26일 업데이트된 챗GPT-4o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큰 역할을 했다. 지브리 스튜디오 특유의 화풍으로 사진을 변환해주는 기능이 화제가 되면서, 지난 분기 대비 이용자가 약 30% 급증했다. 국내 앱 이용자 수도 50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NH농협은행이 발표한 'NH트렌드+'에서도 "3월 신규 유입이 전월보다 2배 늘었다"며 지속적인 모델 향상과 더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콘텐츠 입소문 효과를 원인으로 짚었다. 지난달 유입된 이용자 가운데 14%는 기존 결제 이력이 없는 이용자로 첫 결제를 마치기도 했다.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은 이러한 폭발적인 수요에 대해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무료 버전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현재는 무료 이용자의 경우 하루 3장 이하까지 이미지 생성이 가능하며, 특정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그림체를 지정하는 고급 이미지 생성 기능은 제한돼있다.

위 이미지는 생성형AI로 그려진 사진
위 이미지는 생성형AI로 그려진 사진

◆업무·일상 속 슬기로운 동반자

"최근엔 화가(?)로 불리기도 하지만, 제 본업은 단연 '대화 파트너이자 생산성 어시스턴트'입니다"

챗GPT 유료 버전을 활용 중인 기자도 업무 파트너이자 대화 메이트인 인공지능에게 "본업이 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최근 업데이트된 이미지 생성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긴 하지만 텍스트부터 이미지, 음성, 코드,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정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게 본업이라는 설명이다. 즉, 이용자의 목적에 맞게 콘텐츠를 창조하거나 정리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게 본업 중의 본업!

'NH트렌드+ 2025-05호'에 따르면 챗GPT 정기구독자 과반은 직장인(38%)과 공무원(18%)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대학생·대학원생 이용자도 21%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가 46%로 가장 많았고,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10대 이하 순이었다.

2030세대와 직장인 이용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챗GPT가 가장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 순간은 바로 '기획'단계이다. 회사 보고서·제안서와 같은 문서 작업부터 브랜딩까지 기획이 쓰이는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기자들도 기사 구조를 잡기 어려울 때 도움을 받곤 한다. 핵심은 여러 방향성과 구체적인 선택지를 빠르게 제시해줌으로써 이용자가 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머릿속에서 하나씩 상상하고 정리하던 과정을 단축시켜 결과적으로 업무 시간을 줄여주게 된다.

위 이미지는 생성형AI로 그려진 사진
위 이미지는 생성형AI로 그려진 사진

이러한 흐름 덕분에 많은 이용자들이 "혼자 생각할 때보다 훨씬 빠르고 풍부하게 구상과 실행을 이어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웹디자이너 A(29) 씨는 "미팅을 앞두고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구현해서 보여줘야 할 때,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이미지를 뽑아볼 수 있어 유용하게 쓰고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대학원생 B(26) 씨 또한 "챗GPT가 여러 선택지들을 주면 바로 테스트해보고 수정도 빠르게 할 수 있다. 초반에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작업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자영업자 C(56) 씨는 최근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 원하는 느낌을 살려 챗GPT로부터 브랜드명 아이디어를 추천받았다. 단숨에 이름과 그에 담긴 의미·느낌, 특징까지 정리해 10개의 후보로 추려줬다. 이름에 맞는 로고도 순식간에 완성시켜줬다.

특히 요즘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인 비서처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업무 공간을 넘어 우리의 일상까지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일정 관리부터 식단 추천, 여행 계획, 심리 상담 등 삶의 다양한 영역을 맡기기 시작했다.

위 이미지는 생성형AI로 그려진 사진
위 이미지는 생성형AI로 그려진 사진

오는 6월 중순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운동 중인 D(34) 씨는 챗GPT에 헬스 트레이너라는 역할을 부여한 뒤 인바디 정보와 목적, 기간 등의 정보를 제시하고 그에 맞는 운동계획과 식단을 추천받아 실행 중이다. D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표를 통해 해야 할 운동 종류, 무게, 횟수 등을 구체적이고 알아보기 쉽게 알려준다. 변화하는 인바디 정보에 맞게 식단도 매주 새롭게 짜준다"라며 "비용이 많이 드는 헬스장 개인 강습(PT)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고 시공간 제약 없이 언제든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따뜻한 말투로 공감하면서 동시에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위안을 얻는 사례도 적지않다.

위 이미지는 생성형AI로 그려진 사진
위 이미지는 생성형AI로 그려진 사진

◆편리함 속 놓쳐선 안되는 것들

기술의 발전에는 늘 그늘이 생기기 마련.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은 역대 최대 이용자 유입을 이끌어냈지만, 예술계 종사자를 포함한 콘텐츠를 즐기는 대중들 사이에서도 창작자의 노력과 저작권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원피스'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은 이시타니 메구미는 "지브리가 싸구려 취급받는 걸 두고 볼 수 없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챗GPT를 통해 생성한 바비코어 스타일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테슬라 CEO 일론머스크. 데일리 메일 제공
챗GPT를 통해 생성한 바비코어 스타일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테슬라 CEO 일론머스크. 데일리 메일 제공
챗gpt가 생성한 기자의 바비코어 이미지
챗gpt가 생성한 기자의 바비코어 이미지

지브리를 포함한 특정한 화풍이 저작권 보호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대적으로 논란에서 자유로운 스타일이 새로운 유행으로 떠올랐다. 일명 '바비코어 스타일'. 인물의 사진과 포장 형태, 액세서리 등의 명령어를 입력하면 그 인물이 플라스틱 포장 박스 안에 들어 있는 피규어처럼 표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이용자들은 생성형 AI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게 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우려도 보인다. 가끔 인공지능(AI) 모델이 그럴싸한 거짓 정보로 대답하는 '할루시네이션' 현상도 발생하자, 적당한 거리감과 비판적 태도를 갖추면서 '크로스체크'할줄 아는 똑똑한 사용자들도 늘고 있다.

대학원생 B씨는 "챗GPT 도움 없이 첫 논문을 쓸 때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영어 실력적으로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다음 논문은 챗GPT가 논문에 맞는 자연스러운 문장 구조와 표현으로 바로 다듬어주니 결과물은 훌륭했지만 오히려 멍청해지는 기분이 들었다"라며 "맞고 틀림을 판단할 수 있는 기본지식을 키워나가면서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료 기자 E씨는 "챗GPT의 대답을 완전히 믿지 않아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서는 거짓말로 답변하지 말고 인터넷 등에서 실존하는 데이터를 근거로 답변해줘. 그런 답변에는 출처를 밝혀줘'라는 매크로를 넣기도 한다"고 전했다.

위 이미지는 생성형AI로 그려진 사진
위 이미지는 생성형AI로 그려진 사진

끝으로 챗GPT가 제안하는 AI '의존'이 아니라 AI '활용'이 되기 위한 꿀팁 5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내 생각을 정리한 후 질문하기 ▷정답이 아닌 '대안'을 요청하기 ▷AI와 '토론하듯' 대화하기 ▷AI를 '1차 피드백 도구'로 활용 ▷나만의 '판단 기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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