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지 한달여를 맞으면서 피해 복구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불에 탄 주택과 창고 등 건축물 철거 작업이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임시주거시설 설치 및 입주도 한 달 내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화재 피해를 입은 산림과 인접한 마을들은 산사태 등 2차 피해를 우려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산불 피해 산림 가운데 산사태취약지역이 95곳에 달하는 의성군은 산사태 예방 사업에 88억원을 투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숨가쁜 주택 철거 현장…천년고찰 고운사는 '아직'
산불 발생 한 달을 맞으면서 피해 복구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단촌면 하화리 건축물 철거 현장. 하얀 방진복과 마스크를 쓴 작업자들이 조심스럽게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 조각을 들어냈다.
본격적인 철거 작업은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을 모두 제거한 뒤에야 시작됐다. 대형 굴삭기가 남아있던 벽면을 치자 황토벽돌이 우수수 무너졌다.
뿌옇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위로 작업자가 연신 물을 뿌렸다. 건물 옆에는 부서진 샌드위치 패널 지붕과 각종 철제 자재들이 우그러진 채 가득 쌓였다.
굴삭기가 건물 속으로 집게를 집어 넣을때마다 뼈대만 남은 경운기와 관리기 등 각종 불탄 농기계와 가재도구가 들려 나왔다.
집주인 최재수(82) 씨가 어두운 얼굴로 철거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 산불로 그는 저온창고와 농막, 각종 농기계가 불에 탔고, 과수원도 사과나무 450그루 중 148그루가 화재 피해를 입었다.
최 씨는 "평생 모은 재산이 송두리째 날아가고 호미 자루 하나 건지지 못했다"면서 "다시 농사를 짓고 일을 해야하는데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어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 산불로 의성군에서는 주택 354채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창고 등 부속건물과 저장창고 등 농업시설, 축산시설 등까지 더하면 철거대상 건축물은 1천86동에 이른다.
의성군은 지역에 소재한 철거업체 15곳을 모두 투입해 이달 말까지 건축물 철거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산불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의성군 단촌면 천년고찰 고운사는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번 산불로 고운사는 보물인 가운루와 연수전이 모두 불에 타는 등 건축물 25동이 잿더미가 됐다.
고운사에는 아직 화재 피해 당시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갈라진 범종과 부서진 기와, 불길에 휜 난간 등 그대로 남은 잔해 주변에 공사 가림막만 설치됐다. 아직 복구 예산 수립과 문화재 조사 등의 과정이 남아 있어서다.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진행할 일"이라며 "사찰보다는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일상 회복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산불 흔적 역력한 현장…산사태 등 2차 피해 우려
지난 18일 오전 옥산면 감계리 한 야산. 봄을 맞아 새순을 틔워낼 시기지만 초목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
산비탈에는 밑동이 타버린 나무들이 꼬챙이처럼 꽂혀 있고, 땅은 풀 한 포기 없이 황토색 속살을 드러냈다. 산을 등진 주택들 뒤로는 금방이라도 흙더미가 무너져 내릴 듯했다.
주민들은 다가올 여름에 산사태가 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최근 내린 약한 비에도 비탈을 따라 격한 물길이 패였다는 것이다.

특히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마을들을 중심으로 산사태 우려가 더욱 큰 상황이다.
이곳 주민 권창기(39) 씨는 "불길에 고사한 나무들이 산사태로 넘어지며 집을 덮칠까 봐 걱정"이라며 "산불 속에서도 집은 살렸는데 올여름 장마에 큰일이 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번 산불로 의성군은 산림 2만7천692㏊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피해액만 1천175억원에 이르고, 복구에는 2천547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의성군에서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된 261곳 가운데 95곳이 산불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뜩이나 산사태에 취약한 위험지역 3곳 중 1곳에 산불까지 덮친 셈이다.
의성군은 당장 산불 피해를 입은 사방댐 4곳에 응급 복구가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산림 14㏊는 산사태 예방 복구 사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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