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안미경중(安美經中) 현실성 재고 요구하는 한반도 안보 지형 급변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지난달 말 피트 헤그세스 미(美) 국방장관에게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하는 '원 시어터(戰域<전역>·전쟁구역)' 전략을 제안했으며, 헤그세스 장관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고 최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설익은 구상의 섣부른 제안'이라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속내를 미리 읽은 일본의 선제공격성 제안(提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공개적으로 대만(臺灣) 침공(侵攻)을 언급하고 있고, 동·남중국해는 물론 한국의 서해에서까지 영토 침탈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배포된 미 국방부의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는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와 미 본토 방어 등을 최우선으로 전환한다고 명시(明示)하고 있다. 한반도 안보가 대만·일본·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국·미국·일본·필리핀·호주 등을 연계한 대응의 중요성이 부상하는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9일 전승절 기념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대(招待)했다. 북·중·러 3자 회동이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국제관계가 대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한때 우리나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면서 '줄타기 외교'를 벌이며 실익(實益)을 챙겨 온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전쟁을 계기로 국제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으며, 한반도 안보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駐韓美軍)이 우리만을 위해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지켜 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고 안이하다. 순환 배치 중인 주한미군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으면 좌파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미군 철수'는 완성된다. 자주국방(自主國防)의 의지를 더욱 돈독히 하면서, 강소국(強小國)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국제적 역할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더 이상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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