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보담론 퇴출"… 트럼프 행정부는 '합니다'

'반(反)DEI' 정책에 반기, 미국 명문대로 확산
트럼프 행정부, 연방정부 지원금 쥐고 대학 압박

지난 2023년 11월 컬럼비아대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나선 이 학교 학생이자 팔레스타인 출신 영주권자 모흐센 마흐다위가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
지난 2023년 11월 컬럼비아대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나선 이 학교 학생이자 팔레스타인 출신 영주권자 모흐센 마흐다위가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

연방정부 지원금 삭감을 무기로 전국 교육기관에 '반(反)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수용을 압박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대한 일부 지원금 중단을 결정했다. 하버드대가 정책 수용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게 이유다. 정책 수용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던 주요 명문대의 반대 기류도 심상찮다. 컬럼비아대, MIT 등 주요 명문대도 정책 거부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에 개의치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면세 자격 박탈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정책 수용에 반기 든 대학가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 DEI 정책' 시행에 대학들의 거부감은 크다. 하버드대에 보낸 공문에는 ▷학내 반유대주의 시위 단속 ▷학생 입학, 교수진 채용 등에서 다양성 우대 조치 중단 ▷반이스라엘 성향 학생 입학 방지 유학생 제도 개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가 대학 역사와 전통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컬럼비아대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해 대학가 전체로 번진 친(親) 팔레스타인 시위의 진원지로 총장이 잇달아 사임하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고, 최근에는 시위 통제 등에 대한 정부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던 컬럼비아대도 "정부의 강압적 요구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클레어 시프먼 총장 권한대행은 지난 15일 대학 구성원들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 기관을 해치고 유용한 개혁들을 약화할 가능성이 있는 정부로부터의 강압적인 조정을 거부할 것"이라며 "우리가 무엇을 가르치고 연구할지 혹은 우리가 누구를 고용할지 지시하는 내용의 어떠한 합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프린스턴, 브라운, 코넬, 노스웨스턴대 등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수용 압박은 거세지만 대학가 전반으로 반대 기류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아이비리그의 하나인 매사추세츠공대(MIT)도 하버드대에 이어 정부 요구를 거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도 '반 DEI' 정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군(軍) 내부 도서관에 비치된 DEI 관련 도서부터 모조리 폐기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미 육군은 주요 군 도서관에 "능력주의를 방해하는 DEI, 비판적 인종이론 관련 책을 전수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해군사관학교에서 DEI 서적 폐기를 지시하면서 마이아 앤절루의 자서전 '나는 갇힌 새가 노래하는 이유를 안다', 미첼 영의 '백인 우월주의 그룹' 등 381권의 책이 폐기됐다. 애덤 스미스 민주당 하원의원 등이 1950년대 '매카시즘'을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던 배경이다.

대학을 지원금으로 옥죄는 겁박도 현실이 되고 있다. 하버드대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금 중 22억 달러(한화 약 3조1천억원) 규모의 지원 중단을 결정하고 6천만 달러(약 854억원) 규모의 계약을 동결하는 보복 조치가 발표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의 면세 자격 박탈을 운운하며 위협 수위를 높인다. 기부금으로 대학 재정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온 하버드대에 면세 적용이 철회될 경우 기부금 모금에 차질이 빚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하버드대가 계속 정치, 이념, 테러리즘적 '병'을 조장한다면 면세 자격을 박탈하고, 정치 단체로 규정해 과세할지 모른다"며 "면세 자격은 전적으로 공익을 위해 행동하는 데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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