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한 지방도시의 위기는 수도권 집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울, 인천, 경기도를 포함하는 수도권 인구의 비중은 계속 증가하여 2019년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50%를 점한 후, 그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전체 GDP 가운데 수도권 GRDP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여 2015년 50%를 상회한 후, 그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
그리고 해방 이후 한동안은 남한의 2대 도시로, 그리고 6.25사변을 거친 후 50여 년 동안 3대 도시의 자리를 지켰던 대구는 2000년대 들어 인천에 3대 도시의 자리를 넘겨주기도 했다. 호남의 최대도시 광주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1970년 광주와 인천은 거의 비슷하게 65만 명의 인구를 기록했으나, 2020년 광주는 148만 명의 인구를, 같은 해 인천은 294만 명의 인구를 기록했다. 인천은 광주보다 두 배나 큰 도시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추진되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20~30년 동안 나타난 인구이동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의 주요 산업도시로 분산되어 나타났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나타난 인구이동은 수도권에 집중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는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수도권에 첨단산업이 집중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현재 지방도시가 처한 상황은 매우 엄중하지만, 그래도 기회요인은 없지 않다. 그러면 새로운 기회요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교통수단의 출현이다.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차, 하이퍼루프와 같은 국내 지역 간 교통수단은 물론이고, 초음속항공기와 같이 국가 간 거리의 장벽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교통수단도 머지않은 장래에 출현이 예고되어 있다. 여기에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사업 확대로 국가 간 이동의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이들 교통수단은 국가 간 혹은 도시 간 이동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거리의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 수 세기의 인류 역사를 통해 새로운 교통수단(예: 운하, 철도, 자동차, 항공기)이 등장할 때마다 도시의 운명이 엇갈린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다. 따라서 새로운 교통수단의 출현을 지방도시의 새로운 기회요인으로 삼아야 한다. 도심항공교통(UAM)은 지방 대도시와 주변 도시를 명실상부한 메가시티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초음속항공기의 출현과 저비용항공사(LCC)의 사업확장, 지방공항의 건설과 확장은 지방도시가 외국과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것이다.
또 다른 기회요인도 있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21년 제정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 기본법)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개별 도시 차원에서 실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재생에너지의 보급 및 확대다. 그리고 정부는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방식에서 탈피해서 수요지 인근에서 생산하는 에너지 보급 및 확대로 에너지 공급체계를 바꾸기 위해 2023년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도 제정하였다.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은 장거리 송전시설 설치에 따른 환경피해와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와 지역별 에너지 자립을 통해 탄소중립 실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별 에너지 자립 정책을 보면 미래 도시는 이들 세 가지 요소(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에너지 자립)가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지방도시에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지방도시가 수도권 도시보다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별 에너지 자립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오늘날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도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연결을 통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전환은 노동의 형태에도 변화를 가져와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의 확대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 형태의 변화는 직주근접으로부터의 탈피, '홈 오피스' 시대의 도래 등 다양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이끄는 이러한 변화와 함께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이 이루어지면 주거 입지의 변화와 공간재편이 빠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각박한 대도시의 삶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은 UAM과 같은 빠른 교통수단으로 중장거리 통근이 가능하게 되고, 일주일 가운데 며칠은 직장 부근 숙소에서 생활하고 나머지 며칠은 쾌적한 환경을 갖춘 지방도시에서 생활하는 멀티 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 새로운 현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오늘날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는 것은 중앙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와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지방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에 달려 있다. 이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새로운 기회요인을 살려 지방도시를 살리는 정책과 제도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윤대식(영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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