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구의원 장모상' 구청 전 부서 연락?…대구서구의회 조례 '셀프 위반' 논란

의회 사무국, 구청 공지 거절당하자 전 부서에 직접 연락 돌려
구의원이 의회 사무국에 '구청 공지' 지시하진 않아
"부적절하다" 지적에…의회 "규정 잘 몰라 벌어진 일" 해명

대구서구의회 전경. 대구서구의회 제공
대구서구의회 전경. 대구서구의회 제공

대구 서구의회가 최근 한 구의원의 장모상 소식을 구청 전 부서에 공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구의회는 수년 전 구의원의 경조사 공지 범위를 제한하는 조례를 스스로 만들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구의회 A구의원은 지난 8일 오전 장모상 소식을 서구의회 사무국에 알렸다. 의회 사무국은 서구청 기획예산실에 관련 소식을 알리고, 이를 전 부서에 공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급기야 서구의회 사무국은 각 부서에 직접 전화를 돌리면서까지 부고 소식을 전했다. 결국 소식은 구청 각 부서 직원들은 물론, 동별 행정복지센터까지 전달됐다. 다만 A구의원이 의회 사무국에 구청 전달을 지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의회 사무국의 부고 공지는 의회가 지난 2020년 제정하고, 2022년 개정한 '서구의원 윤리강령 및 행동강령 조례' 위반이다. 개정된 조례에는 구의원은 직무관련자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다만 예외조항에 따라 의회 소속 의원 및 직원들에게는 관련 소식을 알릴 수 있다.

초선인 A구의원의 임기는 지난 2022년 7월 1일 시작돼 조례 제정 당시에는 없었지만, 지난 2022년 7월 통과된 조례 개정안 공동발의자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다.

서구의회 사무국은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구청 전 부서 공지'를 결정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해당 조례 내용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 내부에서는 사무국의 '부고 공지'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서구청 직원은 "구의원들은 구청 부서별 사업을 평가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위치에 있지 않나"라며 "그런 사람의 경조사를 알려오는데, 공무원 입장에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소속 부서의 불이익으로 돌아오진 않을까 불안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서구의회 사무국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서구의회 관계자는 "의회 구성원들이 규정을 잘 몰랐다. 관행을 따르다 벌어진 일"이라며 "집행부 직원들이 느꼈을 압박감을 이해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A구의원은 "평일에 상을 당하면서 당분간 의회에 나가기 어렵다는 사실만 전하려 했었다"며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져 스스로도 놀랐다. 앞으로는 윤리 규정을 잘 준수하기 위해 의회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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