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주택가격동향조사 업무를 다른 기관으로 넘기고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부터 약 4년간 예산 삭감과 인사 조처 등을 언급하며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통계 수치 왜곡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이 17일 발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주택 통계 수치를 102회 조정했다. 조작된 102건 중 매매 가격 통계는 86건, 전세 통계는 16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중간 감사 당시 확인된 94건에서 8건이 추가된 수치다.
감사원은 "2018년 1월 서울 아파트값 예측치가 1.32%로 상승하자, 청와대 비서관이 통계 재검토를 지시하고 부동산원이 이를 0.89%로 낮춰 공표한 것을 시작으로 왜곡이 본격화했다"고 밝혔다.
이후 정부는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과장하거나, 상승세를 은폐하려고 통계를 조정했다. 실제로 2019년 6월 서울 매매 변동률이 32주 만에 보합세로 전환되자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보합은 절대 안 된다"고 지시했고, 국토부 과장은 부동산원에 "BH(청와대)에서 예의주시 중이다. 이번 한 주만 마이너스 변동률을 부탁드린다"고 말한 사실도 확인했다.
심지어 2019년 8월 5일 당시 국토부 실장은 김학규 부동산원장에게 "원장님, 사표 내시죠"라고 압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 원장이 청와대와 국토부의 통계 업무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2020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에는 전세가 통계에도 개입이 이뤄졌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반복적으로 '낮추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부동산원 직원 단체대화방에서 확인됐고, 비슷한 시기 청와대 행정관 사이에선 '마사지'라는 표현도 쓰였다. 결국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감정원이 발표한 서울의 주간 주택 가격 변동률은 20.6% 상승으로,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조사(62.1%)와 40%포인트(p) 이상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감정원에 조사 중인 통계를 사전에 제공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통계법상 작성 중인 통계는 외부 제공이 금지돼 있지만, 청와대는 임기 초인 2017년 8월부터 '주중치'와 '속보치'를 사전 제출받았다. 부동산원은 최소 12차례 사전 제공 중단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통계 조작은 수치뿐 아니라 서술정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에서도 소득 감소가 확인되자, 고소득 가구 비중을 높여 가중값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통계가 왜곡됐다. 비정규직 증가도 조사 방식 탓으로 서술하도록 지시가 내려졌다.
청와대의 직접 개입 정황도 확인됐다. 2019년 11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청와대·국토부가 통계 왜곡을 강요했다'는 경찰청 정보가 접수됐고, 이를 보고받은 김현미 장관이 "외부에서 소리가 나지 않게 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통계 조작에 관여·개입한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위법·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14명을 징계하라고 국토부 등에 요구했다. 이 가운데 국토부 1급 공무원 2명은 해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 외 17명에 대해선 비위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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