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3천58명으로 확정했다. 정확히 증원(增員) 이전 인원이다. 의대 증원을 놓고 빚은 의정 갈등 탓에 나라가 반목으로 쪼개지고 의료 시스템이 엉망이 됐는데 1년 만에 없던 일이 된 것이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 체계 허리가 무너지고 의대생 집단 수업 거부로 학년 진급도, 의사가 돼야 하는 졸업생도 배출되지 못했다. 군 복무 역시 공보의나 군의관 대신 일반 현역 입대를 선택한 의대생이 전년에 비해 10배나 늘어 오지 등 의료 사각지대 주민들은 공보의 의료 서비스도 받기 어려워졌다.
교육부는 이날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으로 되돌리는 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대학 총장님들과 의대 학장님들의 의사를 존중해 의대 정원을 3천58명으로 되돌리는 건의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와 의대 학장들의 협의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의대생 수업 복귀와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으로 되돌리자고 교육부에 건의했었다.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자 결단이라지만 지난 1년간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해 절망한 환자와 가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망가지고 뒤처진 의료 시스템, 무엇보다 무너진 의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 환자에 대한 의사들의 사명감과 숭고한 헌신은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 의대 정원 회귀(回歸)로 의대생에게 강의실로 돌아올 명분이 생기긴 했지만 돌아올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그렇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1년 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復歸)가 절대적이다.
의대 정원이 1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되돌리지 못하는, 잃어버린 것들이 많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절차와 소통, 협의를 통해 정확한 의사 수급 현황과 계획을 수립하고, 국민들의 허망한 마음과 의사들의 찢긴 자존심을 회복시켜 잃어버린 1년을 되찾는 것을 넘어 더욱 성숙하고 제대로 된 의료 시스템을 갖출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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