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라디오서 "안아줘요" 후 숨진 공무원…직장 내 괴롭힘 있었나

'안아줘요' 주제로 '포옹' 효과에 대해 이야기
유서엔 '부서장, 구의원, 민원인 등 때문에 너무 힘들어' 호소
구청 "괴롭힘이나 갑질 등 있었는지 면밀하게 파악해 조치"

광주 북구청 전경. 북구청 제공. 연합뉴스.

공직 생활을 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광주 북구청 소속의 공무원이 사망 전 우울한 심경을 드러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북구청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등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나섰다.

1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광주 북구청 소속 8급 공무원 A씨가 지난달 구청 아침 라디오에서 우울감을 호소했다는 이야기가 북구 내부에서 회자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21일 북구 아침 방송에서 '안아줘요'를 주제로 포옹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이날 라디오에서 케이시의 '늦은 밤 헤어지긴 너무 아쉬워'를 선곡했다고 한다.

해당 방송은 A씨를 비롯한 구청 직원 25명이 돌아가면서 구내 아침 라디오를 진행하며, 사연을 소개하거나 생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최근 A씨가 진행한 라디오 내용이 알려지자 북구청 내부에서는 'A씨가 업무 고충으로 힘든 심경을 방송을 통해 표현한 게 아니냐'는 등 여러 추측이 제기됐다.

또 유가족 측은 유서에 담긴 내용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해달라고 북구에 요청했고, 북구는 이에 직장 내 괴롭힘 여부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 북구지부 역시 유가족과 면담을 통해 노조 차원의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A씨는 지난 14일 광주 북구 증흥동 한 공영주차장에서 "부서장, 구의원, 민원인 등 때문에 힘들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A씨는 사망 전까지 회식에 참석하는 등 직장에서 직접적으로 우울감을 호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구 관계자는 "A씨가 근무했던 부서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며 "괴롭힘이나 갑질 등이 있었는지 면밀하게 파악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