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어두운 밤길을 걷는 여학생을 뒤쫓아 가는 등 조롱하는 듯한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며 스토킹 범죄 희화화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학생들이 만든 인스타그램 소모임 계정에 올라온 '흔한 전전(전기전자공학부)의 안전 귀가 서비스'라는 내용의 릴스(숏폼 영상)가 공유됐다.
영상에는 인적이 없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을 무작정 쫓아가는 모습과 함께 '랜덤으로 아무 여자 골라서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기'라는 글귀가 있었다.
앞뒤 맥락 없이 남성이 여성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뒤쫓아 달리는 모습, 여성은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리는 모습이 약 10초 동안 이어진다.
이 영상은 스토킹 성범죄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일었고,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어떤 포인트가 웃긴 것인지 모르겠다"는 등 영상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다. 결국 소모임 측은 지난 17일 영상을 삭제했다.
다른 대학교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란이 이어졌다.
최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학생회는 중간고사 간식 이벤트를 홍보하는 목적으로 인스타그램에 릴스를 게시했다. 영상에는 남학생 3명이 여학생 1명을 뒤쫓는 모습과 함께 '밤늦게 공부하면 위험하니까 학우 과방 빨리 데려다주기'라는 자막이 달렸다.
비판이 거세지자 학생회는 영상을 삭제했고, 지난 17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학생회는 "많은 여성이 두려워하는 귀갓길을 조롱하는 듯한 형식으로 구성됐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사회적 문제를 가벼운 웃음 소재로 만들어 문제의식을 흐리게 만든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지난 15일에는 국립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학생회가 유사한 영상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이틀 뒤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 영상들은 일명 '밤에 모르는 여자 집 바래다주기' 콘텐츠로, 지난해 말 틱톡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챌린지처럼 확산했다. 주로 어두운 길에서 모자나 복면을 쓴 남성이 무작정 여성을 뒤쫓아가는 모습과 쫓기는 여성이 겁을 먹은 모습 등이 담긴다.
이와 관련해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는 연합뉴스에 "성범죄 및 스토킹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환기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촬영한 이들은 단순한 놀이로 생각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각을 둔감화시키고 기존 가치관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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