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스쿨 vs 변협,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놓고 첨예한 대립

로스쿨 측 "합격률 제한 폐지"…교육 파행 주장
변협 "변호사 과잉 심각"…합격자 축소 요구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들이 14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변호사 배출 수 감축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의 전제 조건이었던 법조 유사 직역의 통폐합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변호사 배출 수만 늘어 과잉 공급 상태라며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200명 이하로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들이 14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변호사 배출 수 감축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의 전제 조건이었던 법조 유사 직역의 통폐합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변호사 배출 수만 늘어 과잉 공급 상태라며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200명 이하로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올해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두고 학계와 법조계가 격돌하고 있다. 로스쿨 측은 교육 취지 훼손을 우려하며 합격률 제한 폐지를 주장하고, 변호사 단체는 공급 과잉을 이유로 합격자의 대폭 감축을 요구한다. 법무부 양측의 의견을 종합해 오는 24일 최종 합격자 수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법학교수회(교수회·로스쿨)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로스쿨 제도의 취지인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위해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한을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현재 로스쿨 교육이 변호사 시험 위주로 이뤄지면서, 학생들이 시험 과목 이외의 기초법학이나 선택과목을 외면해 폐강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시험을 법조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격만 평가하는 자격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년 합격률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은 사법시험의 폐해를 반복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합격률 제한이 유지되더라도 최소한 지난해와 같은 수준(1천745명)의 합격자 선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학생들이 사설학원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사법시험 시절의 '고시 낭인' 문제를 재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신규 변호사 수 감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최근 법무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지난해 1천745명에서 올해 1천200명 이하로 축소할 것을 촉구했다.

김정욱 대한변협 회장은 "변호사 과잉 배출로 인해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변호사들의 월 평균 수임 건수가 급감해 법률 시장의 질적 저하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국내 변호사 수는 로스쿨 도입 전인 2009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해 이미 3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현행 53%대에서 36%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최근 7년간의 최저 합격률(49.35%)보다도 낮아 수험생 신뢰를 해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응시자 증가분(46명)의 절반을 반영해 1천750명 전후로 타협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로스쿨과 대한변협의 극명한 입장 차이 때문에 어느 쪽이든 만족하지 못할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제14회 변호사 시험 합격자는 오는 24일 발표된다. 법무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지난 17일 공지를 통해 "합격자 발표를 당초 25일에서 하루 앞당긴 24일 오후 6시쯤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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