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수미 "칼라스 음악으로 태교한 어머니…그때 내 운명 정해져"

영화 '마리아' 관객과의 대화 참석…"사랑 중요하지만 노래 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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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리아' 관객과의 대화 참석한 소프라노 조수미. 판씨네마 제공

"라디오에서 나온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가 10대였던 제 어머니의 마음을 흔들어놨다고 합니다.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반드시 성악가를 시키겠다고 결심까지 하셨대요. 완전히 칼라스에게 매료됐던 거죠."

소프라노 조수미는 19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영화 '마리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자신이 마리아 칼라스(1923∼1966)로 인해 성악가의 길을 걷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리아'는 20세기 오페라계 최고의 디바 중 하나로 꼽히는 칼라스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다.

조수미의 어머니는 조수미를 임신한 당시 칼라스의 음악으로 24시간 태교했을 만큼 그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 영향을 받아 딸을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키워냈다.

조수미는 "태어났을 때부터 저의 운명은 딱 정해져 있었던 것"이라면서 "네 살 때부터 성악, 피아노, 발레, 한국 무용, 피겨스케이팅, 웅변 등 안 배운 게 없다. 이걸 다 해야 오페라 무대에 설 수 있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칼라스와 자신이 닮은 구석도 많아 놀랄 때가 있다고 했다. 특히 사랑을 갈구하는 개인적인 삶이 비슷해 보였다고 한다.

칼라스는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1906∼1975)와 연인 사이로 발전한 이후 파티와 술, 담배에 빠졌다. 그에게 실연당한 뒤에는 목 상태 악화와 우울증 등 심리적 요인으로 무대에 서지 못했다.

조수미는 대학 시절 연애를 하느라 학업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서울대에서 제적당한 일을 떠올리며 "그때 저도 사랑을 열심히 했다"고 웃었다.

그는 "아직 그분(전 남자친구)의 영향이 있어서 사랑 노래를 할 때면 그 사람을 생각한다"면서 "예술가에게 사랑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칼라스가 오나시스로 인해 짧은 전성기를 누린 것을 보며 "난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나는 30년, 40년, 50년 동안 무대에 설 거야"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요즘은 결혼도 하고 커리어도 잡는 게 가능한데, 제가 처음 유학하러 갔던 당시만 해도 그럴 수가 없었어요. 40년 전에 김포공항에서 아버지께서 제게 '노래하든 시집을 가든 둘 중 하나만 정하라'고 하셨죠. 저는 노래를 택했습니다."

조수미는 서울대 제적 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이탈리아 로마의 명문 음악학교인 산타체칠리아국립음악원에 입학했다. 5년 과정을 2년 만에 끝낸 그는 1986년 오페라 '리골레토'로 데뷔한 뒤 세계적인 프리마돈나로 활약했다. 내년이면 그가 국제 무대에 선 지 꼭 40년이 된다.

조수미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기 영화로 만든다면 유럽에서 활동했던 스토리를 꼭 넣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밖에서 얘기하지 못했던 그 시절 경험을 영화로 푼다면 10일은 걸릴 것 같다"면서도 "동양인이라는 점은 핸디캡(장애물)이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자존심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 이탈리아에 갔을 때 먹지를 못해서 병원에 실려 갔더니 간호사가 고기를 줬다. 돈이 없어서 레슨을 받지 못했을 때 3년 동안 돈 한 푼 받지 않고 저를 가르쳐준 선생님도 있었다"며 "그런 감사한 분들의 이야기도 꼭 넣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동안 위험, 외로움과 잘 싸워서 이겨나갔어요. 하나의 투쟁이라 할 수 있죠. 아마 칼라스도 그랬을 겁니다. (제가 하는 것처럼) 이렇게 살아야 하나, 나는 왜 이렇게 외롭나 이런 고민을 엄청나게 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나도 힘내자, 나의 길은 이거구나'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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