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TX 개통·시내버스 무료화가 바꿔놓은 문경의 일상

"이젠 병원도, 시장도, 관광도 공짜 버스로 편하게" 시민·관광객·외국인에 오픈. "공짜버스가 효자"
전년 대비 110% 탑승객 늘어.. 도시 농촌간 교류확대 효과. 상주시도 7월부터 벤치마킹

지난 18일 오후 영순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시내 볼일을 마친 뒤 집에 돌아가기 위해 친환경 전기차인 문경시내버스에 탑승했다. 고도현 기자
지난 18일 오후 영순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시내 볼일을 마친 뒤 집에 돌아가기 위해 친환경 전기차인 문경시내버스에 탑승했다. 고도현 기자

"버스비가 공짜여서 거의 매일 시내에 나가서 볼일을 봅니다. 침도 맞고, 친구도 보고, 장도 보고… 기분전환도 되고 일상이 많이 달라졌어요."

경북 문경시 오지인 산북면의 황모(84) 할머니는 매일 시내를 오가는 시내버스 안에서 요즘 가장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다.

지난 1월부터 문경시가 전국 시 단위 지자체 최초로 '시내버스 완전 무료화'를 시행한 영향이 컸다.

기자는 지난 18일 오전 지난해 연말 개통돈 문경 KTX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도심지인 점촌역과 문화의 거리를 둘러봤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봄빛과 함께 도심 곳곳에서 느껴지는 활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버스에는 노인들, 학생들, 그리고 관광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탑승해 있었다. 특히 KTX를 타고 문경에 도착한 외지인들도 자유롭게 시내버스를 이용하며 문경 곳곳을 누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경시의 기획관광상품인 KTX 판교역~문경역 전통시장 열차투어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문경의 전통시장에서 특산품을 구입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문경시의 기획관광상품인 KTX 판교역~문경역 전통시장 열차투어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문경의 전통시장에서 특산품을 구입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 "공짜로 명소 다 돌았어요" 관광객도 반색
경기도 성남에서 온 김학동(64) 씨는 "KTX 문경역에서 내려 대기하고 있던 시내버스를 탔더니 유명 관광지를 순환하듯 다닐 수 있어 마치 셔틀버스를 타고 패키지여행을 하는 기분"이라며 "문경은 교통비 걱정 없는 관광도시"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문경시는 현재 37대의 시내버스가 72개 노선을 운영 중이며 이 중 일부는 최신형 전기버스다. 문경시민은 물론 외지 관광객, 외국인까지 모두 교통카드 없이 '완전 무료'다.

이런 파격적인 정책에 따라 시내버스 이용객은 급격히 늘었다. 문경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4천557명으로, 전년도 평균 2천262명보다 무려 110% 증가했다. 특히 3월엔 일일 평균 이용객 수가 5천명을 넘겼다.

◆전통시장·도심 상권 '활기'

점촌시내 5일장이 열리는 날, 전통시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장 상인 박모(65) 씨는 "장날이나 주말이면 KTX를 타고 온 관광객들도 버스를 타고 많이 찾고 있다"며 "장매출이 전에 비해 올랐다"고 했다.

버스기사 김 모(60) 씨도 "장날이면 만차는 기본이고, 한 정류장에서 10명 넘게 기다리는 일도 많다"며 "특히 노인분들과 관광객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친환경 전기차인 문경시내버스. 고도현 기자
친환경 전기차인 문경시내버스. 고도현 기자

◆ "교통은 복지다" 삶의 질 높아져
전문가들은 문경시의 시내버스 무료화 정책이 단순한 교통 편의성을 넘어서, 도시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과 복지 체계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한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교통비 부담이 큰 노년층의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도시와 농촌 간의 교류를 확대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것.

문경시 관계자는 "농촌 지역 주민들의 병원 진료, 문화 행사, 시장 방문 등이 대폭 향상됐다"며 "학생들도 자주 버스를 이용하고 있어 부모들의 교통비 부담도 줄었다"고 말했다.

◆상주도 뒤따른다… 지역 간 선순환 기대
문경의 성공 사례는 이웃 도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주시는 오는 7월부터 시내버스 무료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경북에서는 이미 청송, 봉화, 의성, 울진군 등이 농어촌버스 무료화를 시행 중이다. 문경은 그중에서도 시 단위 최초의 전면 무료화 사례로,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문경은 지금 KTX와 시내버스, 택시, 렌터카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교통혁신이 진행중이다"며 교통혁신과 교통복지는 도시 전체를 살아 움직이게 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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