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법인택시 업계가 구인난과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면허 차량의 절반도 운행하지 못하는 곳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최저 면허 기준 완화를 비롯해 부제 부활 등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인택시 업체 "실제 영업 차량, 등록 차량 절반 수준…구인·경영난 심각"
18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동구 지저동의 한 법인택시 회사 차고지. 업체 사무실 앞에는 번호판이 없는 휴지 택시 여러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회사가 영업용 차량을 사고도 택시 기사를 구하지 못해 번호판을 반납하고 휴지 신청을 한 차량들이다. 주인을 찾지 못한 휴지 택시는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채 아예 중고차로 팔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차고지 한 구석엔 번호판이 달린 법인 택시도 4대 가량 있었지만, 사실상 운행을 멈춘 상태다. 어렵게 모집된 택시기사가 금방 나가면서 미처 휴지 신청을 하지 못한 채 차고지에 세워둔 것이다. 해당 업체의 경우 총 46대의 택시 면허를 갖고 있지만 실제 운행 중인 차량은 절반 수준인 20대 가량에 불과했다.
이날 만난 해당 업체 A 노조위원장은 "택시 기사 구인난과 경영난이 함께 오면서 문 닫기 일보 직전의 절박한 상황"이라며 "20년 전만 해도 동구 소재 법인택시 회사가 40여 곳은 됐는데, 최근 10년 사이 급격히 폐업하더니 지금은 14곳만 전전긍긍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서 대구가 유독 택시가 공급 포화상태고 강제휴무제(부제)도 풀리면서 법인택시 기사들의 임금 수준도 노동량에 비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순수하게 하루 12시간을 꼬박 운전해도 손님을 많이 받는다는 가정 하에 하루 수익이 10만원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동구 각산동에 위치한 또 다른 법인택시 회사 B업체도 사정은 비슷했다.
B업체 관계자는 "회사에 등록된 택시는 57대지만 실제 운행을 나가고 있는 택시는 17대에 그친다"며 "대구에 워낙 택시가 많다보니 손님들 태우기도 어렵고, 월 수익도 적어서 택시 기사 모집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법인택시 등록대수는 3천626대로 면허대수(5천664대)를 한참 밑돈다. 택시 과잉 공급으로 놀고 있는 휴지 차량이 절반에 가까운 상황이다.
법인택시 업계를 중심으로 택시 공급 과잉과 경영난 해소를 위해 면허 기준대수 완화와 부제 부활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택시기사 수는 부족하고 휴지 차량은 넘치는 상황에서 법인택시 회사가 갖춰야 할 차량 대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에서다.
대구 법인택시업계 관계자는 "개인택시는 할증이 붙는 야간 시간대나 출퇴근 시간 등 영업이 잘되는 시간대에만 집중적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법인 택시의 운송 수익만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택시 부제가 실현되면 장기적으로 택시 운전자들의 과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면허기준 대수 완화 검토 중"
현재 국토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 규칙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 소재 법인택시 사업자는 차량 50대, 그 외 광역시와 시는 30대, 군 지역은 10대 이상 보유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18일 국토부와 대구시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9월부터 국비 8천만원을 투입해 '법인택시 면허제도 운영 실태 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택시업계는 서울과 부산을 30대로 낮추고, 대구 등 다른 광역시와 시 단위는 20대, 군 지역은 7대로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구 법인택시 업계는 앞서 대구시 감차사업이 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조기 중단됐고, 부제 부활도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면허기준 완화가 새로운 공급 과잉 문제 해소 방안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서덕현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지역 택시 회사 중에도 기사가 없어 택시를 10대 미만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다"며 "면허대수 요건 완화를 반기는 업체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 역시 이같은 업계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 역시 최저 면허 기준 차량 대수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의지가 있다. 다만 업계가 건의한 차량 대수를 그대로 적용할 지는 미지수"라며 "부제 재도입 문제는 개인, 법인 택시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진전된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입법예고를 하게 되면 시·도별로 의견 조율을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관련 규정 개정 추이 등을 살펴보고 지역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