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확전하자 국내 유통업과 중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미국 수출 길이 막히게 되면서 막대한 저가 재고 물량이 한국으로 쏟아져 국내 소비 시장 교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상호관세에 이어 최근 소액면세 제도(800달러 미만 수입품에 대한 관세 면제)도 폐지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부터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소액 소포에도 120%의 고관세가 부과된다. 그동안 초저가 상품으로 미국 소비 시장을 장악해 온 중국은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미국 세관이 처리한 중국산 면세 소포는 전체 14억개의 60%에 달했다. 이로 인해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 테무와 쉬인은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
테무와 쉬인은 오는 25일부터 물건 값을 올리겠다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공지하고 광고비를 줄이는 등 서둘러 대응에 나섰지만, 판매량 급감에 따른 영업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유통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으로 판매하던 물량을 소화할 새로운 시장으로 한국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된다. 가까운 거리와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과 세계 5위 규모 온라인 쇼핑 시장 등은 중국 셀러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미 중국계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의 한국 장악력은 상당하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912만9천명으로 종합몰 중 쿠팡(3천361만8천명)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테무는 830만7천명으로 4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간 차가 있겠지만 중국이 쌓인 재고를 소진하고자 알테쉬를 내세워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에 나서는 등 덤핑 공세를 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중국과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품 관세 격차를 악용해 일명 택갈이(태그 바꿔 달기)를 통한 원산지 허위 기재가 성행할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관세청은 중국산 제품들의 원산지 단속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상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제조·유통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그에 따른 부담은 다시 소비자 몫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업계가 중국산 상품이 비정상적으로 국내에 유입되는 상황을 고려한 선제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