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환율에 발목 잡힌 금리 인하, 경기 침체 방어 대책 시급하다

시장의 예상대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 1.75%p(포인트)인 미국과의 금리 격차(隔差)가 더 벌어지면 원화 가치 하락으로 환율이 더 크게 출렁일 수 있어서다. 금통위 의결문에는 1분기 수출을 비롯한 경기 부진과 관세 전쟁에 따른 경제 침체 우려에도 금리를 더 낮출 수 없는 이유에 대한 고심이 담겨 있다. 가계대출·부동산 등 금융 불안이 여전한 데다 추가경정예산 등도 금리 동결의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도 금리를 유지한 까닭은 결국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국내 정치적 불안에다 미국 상호 관세 발표로 한때 1천484.1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1천496.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인데, 상호 관세 90일 유예 소식이 전해지고 금리 동결 전망까지 나오면서 17일 오전 1천410원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1천500원대 환율도 각오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외환 위기설까지 대두(擡頭)됐지만 이보다는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3월까지 주춤했다가 이달 들어 다시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계 대출도 변수다.

하지만 미국발 관세 전쟁에 따른 수출 타격과 지지부진한 내수 회복세를 감안하면 다음 달에도 금리를 묶어 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추경과 금리 인하가 함께 맞물려야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환율 불안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제대로 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역성장 성적표까지 받아 들면 본격적인 경기침체 우려는 현실화한다. 내수는 더 얼어붙고 취업 시장도 경직될 수 있다. 급한 불을 껐다고 한숨 돌릴 때가 아니다. 유동성(流動性) 위기에 몰린 건실한 기업들을 돕고, 관세 파장을 최소화할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