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4-2025시즌 프로농구 결산] 대구 팬들에 '짜릿한 봄 농구' 선물한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가스공사, 예상 딛고 시즌 5위로 PO 진출
선수들 기량 성장, 조직력 다듬은 강혁 감독
부상 투혼에도 4강 PO 못 가…오심도 한몫

18일 대구에서 열린 KBL 6강 PO 4차전이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승리로 끝나자 대구 홈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KBL 제공
18일 대구에서 열린 KBL 6강 PO 4차전이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승리로 끝나자 대구 홈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봄날'은 갔다. KBL 프로농구 2024-2025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봄 농구'라 불리는 6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으나 4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고배를 마셨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점을 줄 만한 시즌이었다.

◆예상 깨고 초반 돌풍, 시즌 5위로 PO 진출

이 정도면 끝나겠지 싶었다. 하지만 7번 내리 이겼다. 이번 시즌 초반 가스공사가 돌풍을 일으켰다. 7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수에 올라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끝까지 이 자리를 유지하진 못했으나 이전 시즌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6강 PO에 진출했다.

시즌 전만 해도 이 정도 성적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객관적인 전력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 특급이라 불릴 선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깨고 '봄 농구'를 했다. 선수들의 기량이 성장하고 공격과 수비 전술이 짜임새를 잘 갖춘 덕분이다.

아시아쿼터인 샘조세프 벨란겔이 돋보였다. 스텝백 슛(순간적으로 뒤로 물러서 공간을 만든 뒤 슛하는 기술), 플로터(장신 수비를 넘기 위해 공을 높게 띄워 던지는 슛) 등 공격 기술이 더 좋아진 건 물론 수비에 대한 이해도 역시 훨씬 높아졌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에서 뛰고 있는 샘조세프 벨란겔. 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에서 뛰고 있는 샘조세프 벨란겔. KBL 제공

압박 수비와 고감도 3점슛이 가스공사의 강점. 새 식구 정성우는 압박 수비의 선봉장이 됐다. 밀착 수비로 상대 예봉을 꺾었다. 이번 시즌 3점슛 1위에 오른 앤드류 니콜슨은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했다. 신승민 등 다른 선수들도 틈만 나면 3점슛을 날렸다.

개막 직전엔 외국인 선수 1명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선전했던 듀반 맥스웰 대신 유슈 은도예를 데려왔다. 은도예의 키는 211㎝. 맥스웰에 비해 13㎝ 더 컸다. 상대팀 장신 외국인 선수들과 맞서기 위해 높이를 강화하려는 카드였다.

강혁 감독은 수비 조직력, 체력, 3점슛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선수들과 소통도 원활했다. 경기 도중엔 윽박지르기보다 전술을 제대로 주지시키는 데 집중했다. 그의 지휘 아래 가스공사는 정규시즌 막판 4연승을 달리며 6강 PO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가스공사는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창단했다. 기존 인천 전자랜드 선수단이 모태. 이때 6위를 기록한 이후 2시즌 연속 PO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엔 달랐다. 전자랜드 시절 코치였던 강혁 감독과 함께 선수들이 똘똘 뭉쳐 창단 이후 가장 높은 5위에 올랐다.

강혁 감독은 "모두 선수들 덕분이다. 선수들이 (나를) 감독 대행에서 정식 감독으로 만들어줬고, 6강 PO에 올라가는 기적을 만들어줬다. 정말 고맙다"며 "또 열정적인 대구 팬들의 응원이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를 이끄는 강혁 감독. 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를 이끄는 강혁 감독. KBL 제공

◆PO서 부상 투혼 명승부, 심판 오심에 발목

6강 PO 상대는 수원 KT 소닉붐. 리바운드가 전체 1위(평균 38.1개)일 정도로 골밑 장악력이 강했다. 에이스 허훈과 신인상을 수상한 조엘 카굴랑안이 버티고 있었다. 정규시즌 때 가스공사에 2승 4패로 밀렸다 해도 전력상 KT의 우위가 점쳐졌다.

PO 시작 전부터 가스공사엔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 선수 2명 모두 정상 가동하기 어려워졌다. KBL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절대적. 팀의 높이를 책임진 은도예는 가족상을 당해 시즌을 접었다. 주득점원 니콜슨은 허리 통증으로 1차전부터 나설 수 없게 됐다.

급히 수혈한 만콕 마티앙이 기대 이상으로 잘 했다. 수비와 리바운드에 자신이 있다고 장담하던 대로였다. 1차전에서 무려 리바운드를 21개나 잡아냈다. 14점을 뽑으며 공격에도 힘을 실었다. 그 덕분에 가스공사는 적지 수원에서 먼저 1승을 챙겼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만콕 마티앙. 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만콕 마티앙. KBL 제공

하지만 이후 오심에 부상이 겹쳤다. 2차전에서 KT가 8초 안에 중앙선을 넘지 못했지만 '8초 바이얼레이션'이 선언되지 않았다. 김낙현, 김준일, 마티앙은 경기 도중 발목을 다쳤다. 마티앙에 대한 반칙은 위험했지만 일반 파울로 선언되는 데 그쳤다.

2차전에 이어 3차전도 내줬다. 강혁 감독이 심판의 애매한 반칙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연속 2번 받아 퇴장당했다. 대구 팬들은 심판진에게 야유를 보냈다. 선수들은 너도나도 부상 투혼을 발휘, 4차전에서 이겼다.

하지만 5차전에서 결국 무너졌다. 심판이 또 승부를 망쳤다. 3쿼터 막판 휘슬을 불어 가스공사의 속공을 끊어버렸다. KT의 조엘 카굴랑안이 벨란겔의 압박 수비로 공을 놓쳤고, 그 공이 중앙선을 넘어 KT 진영으로 향했다. 카굴랑안이 다시 공을 잡으면 '하프코트 바이얼레이션'이 선언될 수 있었다.

문제는 벨란겔이 그 공을 잡았다는 점. 벨란겔의 속공은 정상적인 플레이였지만 휘슬 탓에 멈춰야 했다. 심판의 명백한 오심. 졸지에 가스공사는 2점을 허공에 날렸다. 공교롭게도 이날 가스공사는 76대78, 2점 차로 패했다. 어이없게도 심판이 승부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 강혁 감독은 "선수들이 굉장한 에너지와 의지, 투지, 투혼을 보여줬다. 외국인 선수 1명으로 대등한 경기를 한 것에 감사한다. 칭찬해주고 싶다. 팬들과 구단에도 감사드린다"며 "내가 '초짜 감독'이어서 부족했다. 다음 시즌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선수들이 18일 대구에서 열린 KBL 6강 PO 4차전을 승리로 이끈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선수들이 18일 대구에서 열린 KBL 6강 PO 4차전을 승리로 이끈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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