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절단' 유튜버에 민방위 통지서?…"걸어오라더라"

2022년 불의의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자전거 유튜버 박찬종씨. 유튜브 'CJ PARK' 캡처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사이클 국가대표 선수에게 민방위 훈련 소집 통지서가 날아든 사연이 알려지며 행정 시스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CJ PARK'을 운영하고 있는 박찬종(35)씨 지난 14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다리를 절단했는데 민방위 통지서가 날아왔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박씨는 지난 2022년 9월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가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무릎 위까지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의족을 차고 장애인 사이클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사고 1년여 만인 2023년 11월 장애인 사이클 전국체전에 도전해 은메달 4개를 땄다. 지난해에는 장애인 사이클 선수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 '내 다리는 한계가 없다'를 출판했다. 박씨가 정동진에서 정서진까지 294㎞의 거리를 14시간 37분 만에 완주하는 영상은 '2024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소셜커뮤니케이션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영상에서 박씨는 의족을 착용한 채 민방위 교육장으로 향했다. 그는 "장애인 혜택을 전부 (따로) 신청해야만 한다"며 "국방의 의무도 마찬가지다. 장애인 등록을 해도 민방위에서 오라고 한다"고 했다. 심지어 "민방위 교육장에는 주차 공간이 없으니 걸어오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장애인 등록을 할 때 정말 많은 서류에 서명하는데, 자동차세 할인은 구청 세무과로, 전기요금 할인은 한국전력에, 도시가스 할인은 도시가스에 전부 (따로) 신청해야한다"며 "국방의 의무도 마찬가지다. 출생신고만 하면 영장이 자동으로 나오지만, 장애인 등록은 해도 민방위에 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뒤늦게 박씨를 확인한 교육장 관계자는 "장애 등급을 받았으면 주민센터에 가서 장애인 증명서를 내고, 민방위 편성 제외 신청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증명서라니, 내 다리가 증명서인데"라며 "장애인 등록할 땐 뭐 한 거냐"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박씨는 민방위 편성 제외 신청을 하기 위해 다시금 주민센터를 방문해야 했다.

박씨는 "어차피 다 주민센터에서 하는 건데 장애인 등록과 민방위 제외 신청을 한 번에 하면 집에 민방위 통지서가 날아오는 불상사는 없지 않겠느냐"라며 "우리나라 행정이 조금만 더 섬세하게 국민의 마음을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