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대 위기극복 릴레이 기고] 지역을 살리는 대학, 대학을 살리는 지역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경수 영남대 경영전략부총장 겸 대외협력부총장

이경수 영남대 경영전략부총장 겸 대외협력부총장
이경수 영남대 경영전략부총장 겸 대외협력부총장

한국의 대학은 상아탑이라 불리었다. 상아탑은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곳, 물질적 가치를 넘어 창조적 가치의 세계나 공간을 의미하거나, 현실 도피적인 학구적 태도를 표현하는 말로 쓰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다른 의미로 쓰였다. 집안의 가장 큰 재산인 소를 팔아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 대여섯 명의 자식 중 한두 명만이라도 대학을 보내야 하는 부모 세대의 뼈아픈 선택을 해야 했던 가정의 꿈과 희생의 모습을 그리는 의미로 쓰였다.

급격한 팽창 사회 속에서 대학은 국가의 성장 동력을 이끌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대학은 국가 발전에 필요한 성장 동력을 견인할 대규모 인재를 양성하였다. 1975년에는 전국 대학 수가 80개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현재는 330개가 넘는 대학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수축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이미 지역부터 위기 상황을 직면하고 있으며, 소멸사회를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1975년 약 95만명에 달했던 초등학교 입학생은, 50년이 지난 2025년에는 33만명으로 감소하였고, 2035년에는 18만명으로 격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험해 보지 못한 수축사회, 소멸사회를 염려하는 이 시점에서, 대학이 지역과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대학의 숙제이자 지역사회의 긴급한 현안이다.

지역 활력을 살리기 위한 대학의 혁신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각 대학은 지역 산업에 필요한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공급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존 제조업, 자동차, 전자 관련 산업 분야에 필요한 인재 양성은 물론, AI와 로봇 등 혁신적 첨단 산업을 견인할 고급 기술 인재 양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견인하는 첨단 산업 벨트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두 번째로, 대학은 국내 연구를 넘어 국제협력 융합연구를 통하여 첨단 분야의 연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간 협력은 물론,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역 기업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 핵심이다. 지자체와 지역 기업의 재원 투입이 함께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통해 연구 역량 강화와 산업 혁신을 동시에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대구경북 지역이 개방감 있고 역동적인 글로벌 커뮤니티로 탈바꿈해야, 지역과 대학의 활력을 유지하고 국제적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대학과 지역이 함께 문화적 역량을 키우고, 지구촌 공동체 정신을 선도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과 함께하는 전략 사업 추진을 위한 긴밀한 동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많은 국가가 함께하는 연구와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대구경북이 주도할 수 있도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영남대학교는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선도하는 지역거점 사학으로서, 대구경북 지자체와 함께 100개 이상의 연구와 정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세계 90개국에 이르는 공무원과 전문 분야 인재를 대상으로, 시도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15년째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대학이 개별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지자체나 기업이 각자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학들이 함께 연대하고, 지자체와 대학과 기업이 함께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지자체와 기업이 대학과 함께 지역을 살리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