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생활고 시달리는 세 아이 엄마…"아이들 주눅 들지 않았으면"

책임감 없는 남편과 결혼…가족 부양 독박
셋째 임신 당시 남편 허리 수술…거동 어려워져
10년 가까이 남편 병간호…심신 지쳐
남편과 이혼 준비하며 세 아이 부양…생활고로 고통

육아와 집안일을 전혀 돕지 않고 생활비도 주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 빚을 내가며 세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정지영(43·가명) 씨가 아픈 손목으로 아이의 방에서 빨래를 개고 있다. 김지효 기자
육아와 집안일을 전혀 돕지 않고 생활비도 주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 빚을 내가며 세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정지영(43·가명) 씨가 아픈 손목으로 아이의 방에서 빨래를 개고 있다. 김지효 기자

삶의 보람이자 전부인 아이들이 자신 때문에 불행한 것 같다는 죄책감. 세 아이를 홀로 키우는 정지영(43·가명) 씨가 맞닥뜨린 모든 날은 고통과 상처로 가득했다. 최소한의 생활비와 월세를 내고 나면 통장 잔액이 바닥을 드러내는 탓에 여행은커녕 아이들 읽을 책 한 권 마음껏 사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아이들이 클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지 마음을 먹었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삶은 십수 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자신이 나서서 아이들의 날개를 꺾는 것 같다는 생각에, 지영 씨는 매일 무력감에 시달린다.

◆책임감 없는 배우자…육아·가사·경제생활 독박 써

지영 씨는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동네에서 함께 밥집을 운영하셨는데, 새벽에는 밭농사, 낮에는 식당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 늦게까지 다시 농사를 짓는 생활을 반복하셨다.

지영 씨는 어릴 때부터 친가 쪽 형편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아버지 가족 신경 쓰랴, 자식 넷 키우랴 고생을 많이 했다. 지영 씨 어머니는 명절 때도 친정에 가지 못하고 시댁을 챙겼다. 그 덕에 가족 간 우애는 좋았지만, 젊어서 고생한 어머니 몸은 빠르게 망가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영 씨는 안동에 있는 전문대학에 진학했다. 학교에 다닌 지 1년 만에 조기 취업에 성공해 고향을 떠난 지영 씨는 경기도의 한 장애인 관련 시설에서 5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중증 장애인 아이들을 돕는 일은 육체적 노동 강도가 심한 일이었다. 일에 시달리며 밤잠을 못 이루던 지영 씨는 수년간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결혼하며 한둘씩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역시 결혼을 결심했다.

지영 씨는 친구 소개로 만나 4년을 함께 한 남자친구와 가정을 꾸렸다. 연애 당시 일이 바빠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곤 했기에, 햇수로는 4년을 사귀었어도 상대에 관해 모르는 게 많았다. 결혼 직후 부부 사이에는 아이가 들어섰고, 지영 씨는 그제야 남편이 가정에 책임감이 없는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은 본인 안위만 챙기는 사람이었다. 지영 씨 남편은 아이가 칭얼대기 시작하자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 친구 집에서 밤새 게임을 하고 이른 아침 돌아와 씻고 다시 출근하는 식이었다. 육아와 가사는 전부 지영 씨 몫이었고, 생활비도 잘 가져다주지 않는 남편 대신 지영 씨가 퇴직금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지영 씨는 결혼생활을 하며 남편과 정말 자주 싸웠다고 말했다.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아이들 생각에, 다른 이들의 눈초리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둘째 아이가 들어섰지만, 남편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둘째가 20개월이 넘은 달, 지영 씨는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어린이집 보조 일을 시작했다. 지영 씨는 꼭두새벽 일어나 밤늦게까지 출퇴근과 육아, 집안일을 모두 병행해야 했다.

◆하반신 마비된 남편과 연락 두절…재능 있는 아이들 뒷바라지 못 해줘 죄책감

지영 씨는 남편이 허리 디스크로 쓰러졌을 때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11년, 남편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갑자기 쓰러진 뒤 응급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허리 신경이 끊긴 남편이 걷기 어려울 거라면서도 재활을 권했다. 지영 씨는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셋째를 임신한 몸으로 남편의 재활을 도왔다.

출산 시기가 가까워졌을 때 지영 씨는 남편과 함께 여동생이 사는 대구로 내려왔다. 시부모님은 지영 씨가 아이를 보러 잠깐 남편의 곁을 비우면 전화로 호통을 치면서도 간병이나 병원비 지불엔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연이은 출산과 육아, 간호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지영 씨 대신 한동안 병원비를 내준 사람은 지영 씨 가족에게 집을 내어 주고 생활비도 지원해 줬던 동생이었다.

출산 이후 지영 씨는 발달이 느린 셋째를 데리고 언어치료를 다니면서 남편을 챙겨야 했는데, 남편은 병원에 갈 때마다 죽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지영 씨는 점점 지쳐갔다. 그러다 5년 전,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병원에서 환자들을 내보낼 때 지영 씨는 남편에게 시댁으로 갈 것을 권했다. 자신은 이미 세 아이를 책임지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이후 남편과는 연락이 끊겼다. 지영 씨는 수급비로 네 명분의 집세, 생활비, 식비를 충당하고 생활비 명목으로 진 대출금을 갚으며 지냈다. 아이들 학원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수학여행 보낼 돈도 없어 학교에 남아 자습하면 안 되겠냐 권하는 심정은 참담했다. 처지를 비관해 심리 상태가 불안정한 아이들을 지켜보며, 지영 씨는 전국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예술과 학업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을 제대로 뒷바라지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우울감에 시달렸다.

현재 지영 씨는 손과 팔꿈치에 심한 염증을 앓으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으나, 아이들 생각에 수술과 입원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 권유 하에 연락 끊긴 남편과 이혼을 준비하며, 지영 씨는 고등학생인 둘째가 수능을 치기 전까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버텨볼 생각이다. 방이 없어 매일 거실 소파에서 잠을 청하는 지영 씨가 바라는 건, 어려운 형편 때문에 아이들이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두 아이와 생활고 시달리는 류재희 씨에 2,207만원 성금

결혼 생활 내내 시달렸던 생활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픈 허리를 붙잡고 두 아이를 기르는 류재희 씨(매일신문 4월 8일 11면 보도)에게 2천207만4천648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고세경 10만원 ▷김옥자 10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정원 1만5천원 ▷최은서 1만5천원 ▷김순희 1만원 ▷배상영 1만원 ▷돕기 2천243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통증 없는 하루 꿈꾸는 권용진 씨에 2,171만원 성금

이혼 후 홀로 말기 암 투병을 하며 고통에 시달리는 권용진 씨(매일신문 4월 15일 11면 보도)에게 41개 단체, 111명의 독자가 2천171만9천375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규남)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삼성기공(장태종)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위브디자인(김영민)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유주영 40만원 ▷김재균 이신덕 각 30만원 ▷박철기 20만원 ▷곽용 김민섭 최창규 황우원 각 10만원 ▷김재용 7만원 ▷김기욱 김영수 김주도 노은경 박정희 서정오 안대용 유명희 이동욱 이종하 이창영 임채숙 전우식 정수영 정원화 최상수 최한태 하경석 하혜련 각 5만원 ▷방순옥 4만원 ▷강종수 김현숙 박승호 배상영 손희정 신광련 이석우 이응섭 이재민 이재열 정루가 최춘희 각 3만원 ▷이영수 2만5천원 ▷권두형 권오영 권유진 김하진 손희정 송재일 여환주 윤덕준 이은경 이해수 이현승 차정혜 각 2만원 ▷권오현 김균섭 김다영 김성진 김진만 김태천 박영수 박인배 박태용 박홍선 배규호 변희광 여경희 우순화 우철규 유귀녀 이아영 이영수 이운대 이원형 이유록 이희태 전선수 정서원 정영선 조영식 최경철 최웅환 허영재 각 1만원 ▷문민성 6천700원 ▷신혜진 윤인주 윤인주 조용인 각 5천원 ▷전지원 3천원 ▷이장윤 2천원 ▷최연준 1천원

▷'익명' 100만원 ▷'권용진께' '사랑나눔624' '주님사랑' 각 10만원 ▷'김민규안다겸' '불자정순화' 각 5만원 ▷'마음이아픕니다' 2만원 ▷'석미혜(계대)' '석희석주' 각 1만원 ▷'권용진님나을거예요' 8천782원 ▷'광장.배현수' 7천777원 ▷'건강' '수민' '은빈' 각 5천원 ▷'월급날더돕겠습니다' 83원 ▷'조금이라도돕기' 21원 ▷'나중에더돕겠습니다' 11원 ▷'잔액나중에더돕겠습니' 1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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