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옷 대신 삶을 고르는 연습

우리가 쉽게 사고 버리는 옷 지구에 부담
옷 고쳐 입고 다시 입는 일 의미있는 교육

옷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옷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오늘 아침에도 입을 옷이 없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기분 좋게' 골라 입고 나갈 옷이 없습니다. 음식은 먹다 보면 배가 부르고 집도 살다 보면 정이 드는데 희한하게도 옷은 항상 부족합니다. 옷을 사느라 돈을 쓰고 맵시 나는 몸을 가꾸느라 다이어트도 하는데 어떤 옷을 입어도 만족스럽지가 않습니다. 이 옷은 유행이 지났습니다. 저 옷은 이미 여러 번 입었습니다. 그 옷은 나이와 체형에 맞지 않습니다. 도대체 옷과의 이 끝없는 실랑이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 소비를 넘어 새로운 삶으로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표지

옷장 가득한 옷을 두고도 막상 입을 옷이 없어서 옷을 사러 가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우리는 끊임없이 옷을 사야 할까요? 정말 필요해서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새것이 갖고 싶을 뿐일까요?

이소연 작가의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저자는 1년 동안 새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옷과 소비, 자신의 삶을 성찰합니다. 패스트패션은 빠르게 유행을 반영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만들어 내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작가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분석하여 옷을 사는 행위가 전 지구의 환경과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합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물은 8천 리터입니다. 욕조를 가득 채울 때 필요한 물의 양이 150리터이니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 욕조 약 53개의 물이 사용됩니다. 어쩌면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지구 사막화에는 내 옷장에 있는 청바지들의 책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뿐인가요? 소비자를 유혹하는 저렴한 제품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는 값싼 원단은 생산 과정과 폐기 과정에서 환경을 해칩니다.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서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가혹할 수밖에 없지요. 우리가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옷 한 벌이 사실은 지구와 사람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던 것입니다.

작가는 단순히 옷을 사지 않겠다는 결심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모색합니다. 옷을 더 오래 입는 법을 고민하고 기존의 옷을 새롭게 스타일링하여 쇼핑 없이도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는 방법을 찾아갑니다. 친구나 가족과 옷을 바꿔 입으며 추억을 공유하기도 하지요. 옷을 사지 않고 1년을 보낸 뒤, 작가는 쇼핑이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심리적인 습관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잘 사도(buy) 잘 사는(live) 기분이 들지 않을 때, 한 번쯤 옷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해 보아도 좋겠습니다. 아마 더 적게 소비하면서도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 낡은 옷이 가르쳐준 것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의 표지

아이들에게 옷을 사주고 싶은 것은 부모로서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옷을 무작정 새로 사주기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옷을 고쳐 입고, 다시 입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는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면을 넘어서 아이들에게 물건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심어주는 중요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권정생 작가의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에는 좋은 어른이 등장합니다. 엄마는 낡은 바지를 입기 싫어하는 또야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이야기합니다. 또야가 새 바지 대신 기운 바지를 입으면 앞산의 예쁜 꽃, 냇물의 물고기, 하늘의 별님을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말이지요. 기운 바지를 입고 유치원에 간 또야에게 힘이 되어 주는 어른은 바로 선생님입니다. "또야 엄마는 정말 훌륭하셔!"라는 선생님의 한마디는 모든 아이들의 눈을 반짝이게 합니다. 그리고 또야의 기운 바지에 담긴 마법 같은 힘을 알게 되지요. 아이들은 저마다 바지도 깁고 양말도 기워 신겠다고 외칩니다.

옷을 고쳐 입고 다시 입는 일은 단지 절약이 아니라 삶을 더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키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삶을 따라 배우며 자랍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여주는 사소한 실천이 아이들의 마음에 단단한 가치를 심어주는 씨앗이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무엇을 입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옷을 입고 무엇을 하는가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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