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60대 남성이 아파트 윗층에 불을 질러 화상입을 주민들이 아래로 추락하는 등 10여 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농약살포기에 기름을 넣어 화염방사기처럼 사용했고 결국 현장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1일 오전 8시 17분쯤 봉천동 21층 높이의 한 아파트에서 "검은 연기와 폭발음이 난다"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했다. 소방당국은 오전 8시 30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 인력 153명과 장비 45대를 투입해 1시간15분 만에 진화했다.
이 불로 60대 남성 A씨가 4층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4층 주민 최모(81)씨와 70대로 추정되는 여성 등 2명이 전신화상을 입고 4층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연기를 마시거나 호흡 곤란을 호소한 50∼80대 거주민 4명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외에 7명이 단순 연기흡입으로 현장에서 치료를 받았다.
인근 주민은 "집 안에 있는데 어마어마하게 큰 소리가 나 놀랐다. '펑'하는 소리 이후 소방차 소리가 들렸다"며 "하필 임대동이라 어르신들이 많이 다친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화재 신고에 앞서 이날 오전 8시 4분쯤 아파트와 1.5km 떨어진 빌라에서 "남성이 화염 방사기를 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고, 이후 A씨 소유의 오토바이를 불이 난 아파트 주차장에서 확인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현장에서 발견된 농약 살포기에 기름을 넣고 아파트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추적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된 변사체와 지문이 동일한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 주거지에서는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딸을 향해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내용과 함께 "어머니 병원비로 쓰라"며 5만원이 동봉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평소 인근 주민들과도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방화가 A씨의 원한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해 말까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3층에 살면서 윗집 주민과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겪었다. 특히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기간에는 윗집을 방문해 주민과 주먹다짐까지 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후 윗집 주민이 처벌불원서를 작성하면서 형사처벌은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경찰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빌라에서도 평소 다른 주민들과 잦은 다툼을 벌였다. A씨는 이 아파트에 불을 지르기 전 직선거리로 약 1.4㎞ 떨어진 빌라 인근에서도 불을 질렀는데, 이곳에는 A씨의 어머니가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빌라에 사는 한 주민은 "A씨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욕하거나 시비를 걸어서 경찰차도 몇 번 왔다"며 "인근에 공사할 때는 책임자와 계단에서 서로 싸우다가 밀쳐서 벌금을 받은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화재 아파트 한 거주민은 "처음 이사 올 때부터 복잡한 사람이었다. 여러모로 좀 무서웠다. 단순 방화가 아니라 테러라고 생각한다"며 "의무 거주 기간을 채우지 않고 작년에 퇴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거주민 김모(23)씨도 "A씨가 밖에서 학생들이 농구공을 튀기거나 하는 소리가 조금이라도 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했다"며 "최근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A씨가 빌라 인근에 불을 지르는 장면을 본 목격자는 "혼자 계속 욕설하며 화를 내다가 불을 내더니 휘발유가 담긴 통을 오토바이에 싣고 타고 갔다"며 "다른 주민들한테서 다투는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범행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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