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최근 발간한 '2025 군비통제·비확산·군축 합의와 약속의 준수·이행' 보고서에 "북한이 최소 1960년대부터 생물학 무기를 개발·보유해 왔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 보고서는 연례 보고서로 지난해에도 북한이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CRISPR)를 활용한다는 내용을 실은 적이 있다. 병원체의 유전자 편집으로 조작 가능한 무기 제조 역량을 갖췄다는 뜻이다.
◆생물학 무기, 어떤 위력이 있길래
생물학 무기는 세균·바이러스·곰팡이·독소 등 병원체를 활용한 대량 살상무기를 말한다. 간단히 말해 적진에 병균을 퍼트려 전투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인류의 전쟁사에서도 생물학 무기로 분류할 수 있는 것들이 적잖다. 부패해가는 시신이나 가축 사체가 무기로 쓰였다. 폐쇄된 성 안으로 투석기를 이용해 시신과 사체를 던져 넣는 방식이었다. 페스트 같은 전염병도 이런 식으로 전파된 것으로 본다.
때문에 '빈국(貧國)의 핵무기'로 불리기도 한다. 공기 중에서도 감염력이 입증된 데다 다양한 전파 경로로 퍼질 수 있어서다. 전파 경로가 다양한데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위협적인 무기로 꼽힌다.
현대전에서도 생물학 무기의 효용성을 높게 평가해왔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 731부대가 생물학 무기 개발 등을 염두에 두고 생체실험을 자행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냉전시대 미소 양국도 마찬가지였다. 소련은 '바이오 프레파라트(수의예방학)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생물학 작용제 생산과 관련 실험을 이어갔고, 미국도 1960년대까지 비밀리에 생물학 무기를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에 심혈 기울이는 북한과 중국
'2025 군비통제·비확산·군축 합의와 약속의 준수·이행' 보고서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군사적 우위에 대항할 의도로 생물학 무기를 보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이러한 활동이 생물무기금지협약(BWC)을 위반한 것이라 강조하는 한편 분사기나 펜(pen) 형 장치 같은 은밀한 운반 수단을 통해 무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생물학 무기 통제는 효과적이지 않다. 1975년 발효된 BWC는 생물학 무기의 생산과 보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강제 조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1987년 BWC에 가입한 북한도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탄저균·보툴리늄 독소·폐 페스트 등 10종이 넘는 생물학 무기 제제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현실을 우려했던 목소리는 진작부터 있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존 볼턴은 2002년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 시절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몇 주일 만에 군사용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양의 세균을 보유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치명적 무기를 운반할 다양한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생물학 무기 제조 능력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중국의 군사 의료 기관은 생물학 무기로 응용 가능성이 있는 독소 및 생명공학 연구 개발을 진행했다"며 "미국은 중국이 1950년대 초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생물학 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중국이 과거에 보유한 생물학 전쟁 프로그램을 파기하거나 평화적 목적으로 전환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비슷한 맥락으로 백악관은 최근 홈페이지에 '실험실 유출'이라는 제목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게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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