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소규모 정비사업이 수도권 쏠림과 자본력 편중이라는 '역효과'에 직면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수도권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공공 개입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소규모 정비사업도 수도권 편중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1일 '지역 건설경기 및 기업 활력 제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지역 맞춤형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규모 주거지 정비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법제화된 2012년이다. 이후 2017년 2월에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사업, 소규모 재개발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틀을 제공하고 있다.
김민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정부는 재개발 사각지대에 놓인 전국의 노후 저층 주거지를 대상으로 소규모 정비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기존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소규모 정비 모델을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규모 정비사업에 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이후에도 사업이 중도에 좌초되거나 장기화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에서 추진되는 소규모 정비사업 1천93개 가운데 착공한 곳은 3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전체 사업 건수의 732건(67%)이 수도권에 집중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수도권 비중이 72%에 달한다. 김 수석연구원은 "이러한 편중은 정책의 근본 취지와 거리가 멀고 정비가 필요한 비수도권 구도심과 쇠퇴 지역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외된 비수도권 정비 시장
소규모 정비사업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지역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업성이 부족해 시행사,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법 제정 당시 기대했던 다양한 중소 개발업체의 참여는 활성화되지 못한 채 시장은 오히려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이들이 사업성이 높은 수도권 지역을 선점하며 자본력 중심의 집중화 현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공사비 상승 리스크를 이유로 일부 사업장을 기피하면서 그 공백을 중견 건설사들이 채우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사비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도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도권 중심의 사업 편중 현상은 단순한 지역적 불균형을 넘어 소규모 정비사업의 시장 구조가 자본력 중심으로 왜곡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해결 방안으로 ▷비수도권 특례 제도 도입 ▷기반시설 설치비 국고 보조 확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추가 용적률 부여 등 차등적 인센티브 적용을 제시했다. 또한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개입하는 패키지형 지원체계와 지자체 단위의 정비지원센터 설치를 통해 주민 컨설팅과 시행자 매칭까지 통합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제도 설계 당시 강조된 공공적 가치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과 새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며 "비수도권은 별도의 특례 제도를 마련하고 기반시설 설치비에 대한 국고 보조를 확대하거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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